현지 시각으로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1′이 나흘 간의 일정을 뒤로 하고 폐막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본격 확산으로 전격 취소됐던 MWC는 올해는 통상 2월 말 열리던 일정을 6월 말로 연기해서까지 강행됐다.
2년 만에 재개된 MWC는 주요 기업들의 오프라인 전시회 불참으로 김이 빠진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대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미국 주도로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 중국 기업이 대거 불참했던 만큼 유럽 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MWC만큼은 사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와 외신 등을 종합해보면, 통상 10만명 이상이 다녀가던 MWC에는 올해는 전 세계 143개국에서 3만명 정도만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 LG전자, 통신 3사,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업체들이 오프라인 행사에 불참하면서 ‘볼거리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만 온라인 행사를 열고 차세대 스마트워치에 적용할 운영체제(OS)를 공개하며 GSMA의 면을 살려줬다는 평가다.
GSMA가 흥행을 위해 ‘회심의 카드’로 섭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둘째날(6월 29일) 기조연설에 화상으로 참석해, 위성 기반 인터넷·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에 대한 공격적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스타링크에 200억~300억달러(약 30조원 안팎)를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6만9000명 수준인 스타링크 가입자도 1년 안에 5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스타링크는 오는 8월 전 세계 대상 시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상당수 주요 기업들이 불참하면서 전시업체는 550여곳에 그쳤다. 예년(약 2000곳)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 중 100여곳은 중국 기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를 비롯해 ZTE, 차이나모바일 등의 주요 인사가 기조연설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 기준, 중국은 현재 5G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내 설치된 5G 기지국 수만 85만개에 달한다.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칩 수급으로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제품을 공개하진 못했지만, 5G 통신장비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며 글로벌 리더십을 이어가겠단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 노키아 등이 잇따라 자체 행사를 열고 최신 5G 장비·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화웨이는 모든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를 공개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기지국을 설치하는 데 공간을 적게 차지할 수 있도록 19㎏로 가볍게 설계된 것도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에서 중국이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치고 나가고 있는데다 이들 기업의 주요 해외시장이 유럽이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