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VS(비히클 콤포넌트 솔루션)사업본부’의 임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VS사업본부는 회사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부서로, 그간 적자 행진을 이어오다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흐름이 좋은 상황에서 다수 임원들의 사직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VS사업부에서 면직 처리된 임원들은 총 7명으로, LG전자 사업본부 내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5월 사업 철수를 선언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면직 임원은 1분기 5명으로 VS사업본부보다 적다. 지난 3년간 VS사업본부 면직 임원 숫자를 살펴봐도 올해 면직된 임원의 숫자가 가장 많은데, 지난해는 총 5명, VC(비히클 콤포넌트)사업본부로 이름이 달랐던 지난 2019년에는 4명의 임원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번에 면직된 임원 중에는 VS글로벌오퍼레이션 팀장을 맡았던 김형남 부사장이 포함돼 있다. 김 부사장은 VS사업본부 내 글로벌 영업 전담 조직이 2019년 신설되면서 자리에 앉은 인물로, LG전자에 오기 직전에는 지주사인 (주)LG에서 자동차부품팀장으로 그룹 내 전장 사업을 지원해왔다.
김 부사장이 이끌었던 LG전자 VS사업본부의 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은 전장 사업의 생산, 구매, 공급망 관리(SCM) 등의 역량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VC사업본부에서 VS사업본부로 전환됐을 당시 만들어진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르노삼성차 연구소 수석 엔지니어 및 구매본부장,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로, 그룹 내에서는 자동차 기술 관련 지식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겸비한 전문가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중책을 맡은 지 2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게 됐다.
김 부사장과 함께 중국영업담당 양웅필 전무와 북미영업담당 장원욱 전무도 회사를 떠났다. 전장 부품회사로서는 가장 큰 시장의 영업 담당 책임자가 한창 사업본부가 덩치를 키워 나가는 중에 자리를 비운 셈이다.
업계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거대 시장 영업 담당자들의 사직을 두고, VS사업본부 내에서 이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VS사업본부의 경우 올해 흑자전환이 예고돼 있는데, 이런 호재 속에서 사업 운영에 큰 역할을 맡았던 조직 리더를 교체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박상태 VS스마트생산담당, 이광재 VS스마트제품개발담당 상무, 이기동 VS스마트선행개발/상품기획담당 상무가 면직 처리됐다. 신용철 VS그린제품개발담당 전무 역시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크게 텔레매틱스와 오디오,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등을 담당하는 스마트사업부와 전기차용 부품을 만드는 그린사업부로 나뉜다. 이번 면직 임원 중 스마트사업부 담당이 많은 것에 대해 업계는 하만에 열세를 보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임원들이 회사를 나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만은 현재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AVN)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지난 2017년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텔레매틱스는 LG전자가 글로벌 1위다.
신 전무의 경우 전기차 동력계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7월 출범 예정인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계)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e파워트레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면직으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신 전무와 함께 LG마그나e파워트레인의 초대 대표이사(CEO)로 거론돼 온 그린사업담당 정원석 상무 등이 현재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면직 임원들은 회사의 정상적인 인사 활동에 따른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