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사옥 전경. /LG헬로비전

지난 2019년 말 LG유플러스(032640)에 인수된 LG헬로비전(037560)(옛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를 LG유플러스 망을 택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허용하면서 KT, SK텔레콤 등 기존 망 가입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LG유플러스로의 망 몰아주기 정황'에 대해 조만간 이행점검에 나선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사 망을 임대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LG유플러스에 인수되기 전 LG헬로비전은 KT와 SK텔레콤 망만 쓰다가 2020년 1월부터 LG유플러스 망을 추가로 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G헬로비전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실을 통해 입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를 보면, 올해 4월 말 기준 LG헬로비전의 LG유플러스 망 가입자 수는 23만4137명으로 전체(63만5910명)의 37%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0%였던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이다. 이 기간 LG헬로비전의 전체 가입자 수가 알뜰폰 시장 성장세 둔화에 따라 도리어 약 70만명에서 63만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해본다면, 더 눈에 띄는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헬로비전이 기존에 쓰고 있던 KT 망 가입자 수는 37만7288명(약 59%)로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LG유플러스가 이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SK텔레콤 망 가입자는 2만4485명(4%)에 불과하다.

통신 업계에서는 2020년 1월부터 'LG헬로비전'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회사 측이 타사 망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공지하지 않거나 LG유플러스 망 가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LG유플러스 망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헬로비전의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LG유플러스 망만 가능하다. 오른쪽으로 작게 LG유플러스 망 표시가 돼 있다. /LG헬로비전 캡처

실제 LG헬로비전 알뜰폰 홈페이지에서 팝업 등으로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데이터 프리덤 요금제(LG유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면, LG유플러스 망만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금제 메뉴로 가면, LG유플러스 망 상품만 우선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KT도 망 알뜰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12개월 무료 제공키로 하는 등 유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LG헬로비전 측이 이를 전산 개발 등의 이유를 들어 전혀 공지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허용하면서 타사 망 가입자를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을 유도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과기정통부는 LG헬로비전이 인수합병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6~7월 중 점검에 나선다.

김민표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LG헬로비전 측으로부터 매년 두 차례씩 인수합병 조건 이행 여부를 보고 받고 있는데, 그 시기가 조만간 도래한다"라며 "(현재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무조건 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어긋난 게 있으면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기준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에서 총 가입자 수 223만명을 모으며 SK텔레콤(219만명)을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KT(502만명)는 1위였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최근 선전하고 있는 것이 'LG헬로비전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G헬로비전 측은 "LG유플러스 인수 이후 'LG' 브랜드 효과에 따라 해당 망에 가입하려는 알뜰폰 가입자가 많다"라며 "망은 가입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