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9일 기존 공정과 비교해 칩 크기는 줄이고, 전력효율은 높인 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무선주파수(RF・Radio Frequency)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세계 선두권인 5세대(5G) 이동통신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공정으로 회사는 멀티 채널・멀티 안테나를 지원하는 5G 통신용 RF 칩을 원칩(one chip) 솔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서브 6㎓(기가헤르츠)부터 ㎜Wave(밀리미터파)까지 다양한 5G 반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RF 칩은 모뎀칩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사용 가능한 무선 주파수로 바꾸고, 반대로 신호를 모뎀칩으로 전송하는 무선 주파수 송・수신 반도체다. RF칩은 '주파수 대역 변경'・'디지털-아날로그 신호 변환'을 맡는 로직 회로 영역과 '주파수 수신・증폭' 등의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 회로 영역으로 구성된다.
지난 2015년 28㎚ 12인치 RF 공정 파운드리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2017년 14㎚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8㎚까지 공정을 확대하게 됐다. 8㎚ RF 공정으로 생산된 RF 칩은 기존 14㎚ 대비 칩 면적이 약 35% 줄고, 전력효율은 약 35%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RF 칩 공정은 회로 선폭이 좁은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로직 영역 성능은 오르지만, 아날로그 영역은 저항이 늘고, 수신 주파수의 증폭 성능은 떨어진다. 또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등의 단점도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미세공정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전기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신호를 크게 증폭시키는 RF 전용 반도체 소자 'RFeFET™(RF extremeFET)'를 개발해 공정에 적용했다.
이와 함께 RFeFET의 채널(전자가 흐르는 통로) 주변부에 특정 소재를 적용하고, 물리적 자극을 통해 전자 이동 특성은 극대화했다. 이 덕분에 트랜지스터 숫자가 줄어 들어 아날로그 회의 크기가 작아졌고, 소비 전력도 낮아졌다.
이형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 마스터는 "공정 미세화와 RF 성능 향상을 동시에 구현한 삼성전자 8㎚ 기반 RF 파운드리는 소형·저전력·고품질 통신의 장점을 갖춰 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최첨단 RF 파운드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5G를 비롯한 차세대 무선통신 시장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F 공정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5억개 이상의 모바일 RF칩을 출하, 경쟁 업체 중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 관계자는 "초미세 공정 기술력, 안정적인 양산 체제,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 등을 통해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