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달 25일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임원A)에 대해 7일 "고인이 2년 이상 회사에 수차례 문제 해결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노조는 동료 증언, 과거 사내 메신저 등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고인이 직속 상사였던 임원A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으며 2년 이상 회사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했다.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 임원A는 고인에게 회의 중 물건을 집어던졌고 스톡옵션 부여 등 인사권한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이 GIO와 한 대표 역시 이번 일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일찍이 괴롭힘 관련 문제 제기가 있어 왔던 임원A를 회사가 '책임 리더'라는 자리에 선임한 것에 대해 "지난 3월 4일 이 GIO와 한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한 직원이 (임원A 선임 관련) 정당성을 물었지만, 동석한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임원A)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했다.
이 GIO와 한 대표 참석 회의가 열린 지 약 3개월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은 임원A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던 정황이 경찰과 노조의 조사에서 각각 드러나고 있다.
◇"2019년에도 이의제기 있었지만 오히려 제기한 직원들 보직해임"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고인은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대표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1일 가해자와 책임자로 지목된 일부 임원들을 직무정지했다.
고인은 임원A가 조직장으로 있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이 팀은 임원A와 고인 외 주로 1~2년차 신입 직원 소수로 구성돼 있어 고인은 중간 관리자 역할과 개발 실무 책임자 역할을 병행했다.
노조가 전·현직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간 일부 팀원들이 퇴사·이직하면서 주변 동료들에게 "임원A 때문에 나간다"고 토로하기도 했는데, 임원A는 팀원 이탈의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하며 "팀원 이직하면 (고인은) 나한테 죽어요"와 같은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달 초 출시를 목표로 하던 지도 관련 서비스 개발을 위해, 인력 유출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아 밤이나 휴일에도 일하고 결과를 메신저를 통해 보고하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여러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 자리에서도 임원A이 고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달 7일 오후 5시, 차기 프로젝트를 정하던 한 회의에서 고인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임원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면박을 해놓고 5분 뒤 거의 동일한 아이디어를 제의하는 행동을 한 바 있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 3월 6일 오후 2시쯤 사내 메신저를 통해 한 동료에게 "임원A와 미팅할 때마다 무능한 존재로 느껴져 괴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임원A는 또 고인의 인사 책임자 위치에서 스톡옵션 부여, 보너스 지급 등을 두고 강하게 압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앞서 2019년에도 일부 직원들이 인사 담당 임원을 찾아가 임원A가 강압적 의사소통,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을 해 괴로움을 겪는다고 토로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오히려 나중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 4명이 보직해임됐고, 임원A는 (현재 직위로) 승진했다"고 했다.
노조는 "회사는 관련 자료를 훼손 없이 노조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처하겠다. 상식적, 객관적이지 않을 땐 해결될 때까지 최대한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관리감독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