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 출연한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사운드360 스튜디오. 약 66㎡(20평) 면적의 원형 실내 공간이 커다란 스피커 16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공간 한가운데 섰더니 주위를 빙 두르는 스피커 9개, 전면 스피커 1개, 천장 스피커 6개, 일명 ‘9.1.6채널’ 스피커에서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가 울려 퍼졌다.

처음엔 그저 16개 스피커에서 볼륨만 큰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지만, 음향 작업자가 “이제 돌비 애트모스로 바꿀게요”라고 말하고 녹음실 기계를 만지작했더니 이내 공간감 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내 앞에 가상의 무대가 있고 블랙핑크 멤버 4명이 그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노래하고 무대 좌우엔 각종 악기와 음향 장치가 놓여 저마다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운드360 스튜디오에서 열린 돌비 애트모스 뮤직 출시 간담회. 9.1.6채널 스피커로 둘러싸인 공간 가운데서 입체음향을 청취하고 있다. /돌비 코리아 제공

돌비의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로 만든 입체음향이다. 가수와 악기들의 소리를 각각 따로 녹음하고, 소리를 각각 청자를 중심으로 방향과 거리를 조절한다. 각 소리의 방향과 거리가 9.1.6채널 스피커에 반영돼 실제 공연장에서 나는 소리를 모방하는 원리다. 가수의 경우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반영해 소리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음향 작업자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가상의 정육면체 안에 청자인 아바타가 서 있고, 아바타를 중심으로 가수와 악기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스피커 아이콘들이 이리저리 조절되는 방식이다. 이것이 입체음향을 구현한다. 영화관에도 이미 도입돼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입체음향을 돌비 특유의 기술로 스피커가 2개뿐인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을 통해서도 구현한 서비스가 나왔다. ‘돌비 애트모스 뮤직’이다. 2019년 11월부터 타이달, 아마존뮤직 등 해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날 국내 플랫폼 중에선 처음으로 네이버 바이브를 통해 공식 출시됐다.

돌비와 네이버는 국내 출시 기념으로 이날 오후 6시에 블랙핑크가 라이브 콘서트 ’2021 블랙핑크: 더 쇼’에서 부른 ‘킬 디스 러브’ 음원을 돌비 애트모스 뮤직 버전으로 공개한다.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밴드가 부른 노래를 포함해 국내외 음원 500여곡을 돌비 애트모스 뮤직으로 들을 수 있다. 돌비와 네이버는 추가 음향 제작 작업을 통해 음원 수를 연내 2000곡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날 방문한 스튜디오360은 돌비 애트모스 뮤직 전용 음원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첫 스튜디오다. 전용 스튜디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140여곳에 구축됐지만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았던 국내엔 한 곳도 없었다.

네이버 바이브에서 서비스되는 돌비 애트모스 뮤직. /네이버 제공

조철웅 돌비 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돌비 애트모스 뮤직은 각 악기 사운드를 객체화로 저장하고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 있다”며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콘서트 현장에서 즐기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등 글로벌 톱10 아티스트 중 6명이 돌비 애트모스 뮤직으로 음원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도 블랙핑크가 음원을 출시하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삼성 갤럭시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돌비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자를 위해 바이브의 iOS 버전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고, 돌비 생태계를 네이버 외 타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돌비 애트모스 뮤직은 아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만 바이브를 통해 즐길 수 있지만, 돌비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스마트폰, 노트북, TV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돌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리를 먼저 체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비 공식 유튜브]

[돌비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