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센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센서가 스마트폰을 넘어 자율주행차, 로봇 등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소니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소형화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이미지센서 매출은 228억달러(약 25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19%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지센서 시장은 2010년부터 연평균 10% 넘는 성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효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20% 가까운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의 한 종류다. 사물의 정보를 파악해 뇌로 전달하는 ‘인간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선보인 1.0㎛ 이미지센서 ‘블랙펄’. /SK하이닉스 제공

그동안은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에 이미지센서가 한정적으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자율주행차, 로봇, 의료기기, 스마트가전 등에 폭넓게 탑재되면서 이미지센서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출하량은 지난해 67억대에서 올해 80만대를 거쳐 2025년 135억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20%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센서는 특히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라이다(LiDAR)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 판별에 이미지센서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이미지센서는 2025년까지 연평균 34%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미지센서 시장 1위는 소니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해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점유율 47.6%로 1위를 차지했다. 소니는 수십년간 쌓아온 광학 기술을 앞세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소니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비행거리 측정(ToF) 센서다. ToF는 빛이 반사해 되돌아오는 시간을 거리로 바꿔 사물의 입체감,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3차원 센싱을 말한다. 동영상 촬영 성능을 높이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애플이 아이폰에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하는 것도 ToF 센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란희

삼성전자는 소니를 빠르게 추격하면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미지센서 점유율은 21.6%로, 2015년 13%와 비교해 5년 만에 9%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ToF 센서를 출시하는 등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이미지센서 점유율 차이가 5년 내에 1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미지센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점유율 2.6%를 기록했는데, 올해 ToF 센서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발 더 나아가 픽셀(화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크기를 줄이는 소형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동일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픽셀을 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데, 픽셀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소형화 기술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이미지센서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0.7㎛(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픽셀,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출시했다. 소니의 최신 기술이 0.8㎛, 6400만 화소에 머무는 걸 고려할 때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0.6㎛ 픽셀을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0.7㎛ 픽셀, 6400만 화소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입지가 견고한 건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관련 투자를 늘려가면서 기술을 개발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