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애플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3강을 이어오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 부품 수급에서 손발이 묶인 화웨이가 빠르게 순위권에서 밀려나는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가 이 자리를 치고 올라온 것이다. 샤오미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1등을 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집계한 분기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보면,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21.9%), 화웨이(18.0%), 애플(13.6%)에 이어 점유율 11.1%로 4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샤오미는 올해 1분기 점유율 14%로 전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 기간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 S21' 등을 출시한 삼성전자가 22%로 1위, 애플이 15%로 2위였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를 사수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스마트폰 브랜드 '레드미'를 총괄하는 류웨이빙 샤오미 부회장은 "현재 샤오미는 글로벌 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이르면 2023년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1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입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그 대안으로 샤오미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샤오미에 따르면, 1분기 회사는 러시아, 스페인, 폴란드, 말레이시아, 인도 등 12개국에서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에서는 최초로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1분기 샤오미는 매출액 769억위안(약 13조원), 조정순이익 61억위안(1조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증가한 515억위안(약 9조원)으로 전체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샤오미는 이런 판매 기세라면, 2분기엔 애플을 제치고 2위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를 출시하고, 오는 3분기 말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애플엔 비수기인 시점이기도 하다. 일시적으로라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샤오미는 인도 등 주력 시장에서 1위를 유지했고, 중국, 유럽, 중남미, 중동·아프리카(MEA) 시장 등에서 빠르게 성장했다"라며 "이 지역은 모두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던 곳이었던 만큼 샤오미가 화웨이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성장세의 최대 리스크(위험요인)로 꼽혔던 '미국의 블랙리스트(거래제한기업) 지정'에서도 풀려난 상태다. 회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홍콩 증시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미국 컬럼비아 지방법원이 미 국방부가 회사를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한 것을 무효로 하는 최종 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인의 주식 매입, 보유에 대한 모든 규제는 즉시 해제된 상태다.
앞서 1월 중순 임기 막판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군에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샤오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샤오미는 이에 즉각 반발, 소송을 제기해 승기를 잡았다.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초반부터 털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화웨이 공백을 확실히 파고들고 있어 출하량 기준 글로벌 2위까지는 달성할 수 있으나 삼성을 제치고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유럽, 중남미 지역에서의 승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샤오미의 주력 시장은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로, 인도에서는 삼성전자와 경합 중이어서 격차를 벌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삼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이 주요 승리 포인트가 되고 있다"라면서 "여기에 샤오미가 삼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중남미에서 온라인 중심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폰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데 이런 공세를 삼성이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