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가 올해 1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엔씨웨스트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엔씨소프트의 북미 게임사업이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엔씨소프트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웨스트는 올해 1분기 매출 373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9%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엔씨웨스트는 2012년 엔씨소프트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해외 법인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2015년 3월부터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길드워2'의 성공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다.
하지만 엔씨웨스트는 그해 적자로 전환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길드워2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한 스튜디오를 신설하는 등 사업 확장에 무리하게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0명 규모의 스튜디오를 만드는 등 무리한 사업 확장이 수익성 악화를 야기했다"라며 "엔씨소프트가 강점을 보이는 MMORPG가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엔씨웨스트의 적자 행진은 계속됐고 급기야 2019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엔씨웨스트의 주식 22만9000주를 1332억원에 취득하는 방식으로 긴급 수혈에 나섰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북미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모기업의 수혈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엔씨웨스트는 비용 절감을 위한 조직 개편 등 사업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동시에 북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콘솔(TV에 연결해 쓰는 게임기) 게임 개발로 전략을 틀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임이 지난해 11월 출시된 음악 게임 '퓨저'다. 퓨저는 미국 음악게임 전문 개발사인 '하모닉스'가 개발했는데, 창의적인 진행 방식과 압도적인 수록곡으로 북미 소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영국 IT 전문 매체 트러스티드 리뷰는 퓨저에 대해 "리듬 게임 장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게임업계는 엔씨웨스트가 올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퓨저의 인기와 더불어 길드워2의 세 번째 확장팩 출시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엔씨소프트의 북미 게임사업은 2015년 이후 7년 만에 정상화에 성공하게 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조직 효율화를 통한 영업 비용 감소로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서비스 중인 PC게임의 이용자가 증가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