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앱장터 앱스토어 운영에 제기된 반(反)독점 행위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깐깐하게 검토·통제하고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쿡 CEO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쿡 CEO는 애플 독점 문제로 의회 청문회에 나간 적은 있지만 법정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4시간 넘게 증언대에서 증언한 쿡 CEO는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돈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용자를 생각한다”며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모든 앱을 꾸준히 검토하는 조치가 이용자들에게 보안을 제공한다”고 했다. 애플은 한 주에 약 10만개의 앱을 살펴보고 이 중 약 4만개를 퇴출한다고 한다.

팀 쿡 애플 CEO가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모습./로이터

쿡 CEO는 또 “앱에 대한 검토 과정을 없애면 앱스토어가 얼마나 해로운 난장판이 될지 예상할 수 있다”며 “이는 이용자에게도 끔찍하지만 개발자에게도 끔찍할 것이다. 앱스토어가 안전하고 믿을 만한 거래 장소가 된 덕분에 개발자들도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리는 이번 사건은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 게임 개발회사 에픽게임스가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에픽게임스는 지난해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부과하는 ‘인앱(in-app) 결제’ 수수료(30%)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자사 홈페이지와 앱에서 게임 아이템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만들었다. 애플과 구글은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에픽게임스의 게임 앱 ‘포트나이트’를 자사 앱장터에서 즉각 삭제했다.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이 경쟁 앱장터의 등장을 막으면서 앱스토어를 독점 운영하고 있고, 앱 판매액의 30%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앱스토어에 입점한 업체가 애플에 소송을 내며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과 구글에 모두 소송을 제기했는데 애플에 대한 재판이 먼저 시작됐다.

조선일보 DB.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이날 게임 개발자들이 얻는 수익이 애플이 버는 돈에 비해 불공평하게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쿡 CEO는 이런 지적에 대해 “애플이 앱 생태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개발자들에게 많은 가치를 창출했고, 개발자들이 잠재적 이익이 될 수 있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무료 앱도 많다”며 “앱 개발업체에 독자적인 결제를 허용하면 애플이 지식재산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24일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앱 시장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에픽게임스 측은 “고객을 우리 생태계에 가둘 것”이라고 표현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사내 이메일을 공개하며 “애플의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반면 애플 측은 “많은 앱 개발사가 앱스토어를 통해 돈을 벌었고, 에픽게임스 역시 앱스토어에서 7억5000만달러 이상의 큰 이익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 측은 또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일한 앱 장터가 필요하고, 실제 부과되는 수수료가 15% 정도이고, 앱스토어는 여러 앱 경로 중 하나로 독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