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12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라이버시 대시보드. /구글

구글이 현지 시각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1’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12’를 공개했다. 지난해 6월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새로 발표하면서 시작된 ‘애플리케이션(앱)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이를 활용한 거대 디지털 광고 플랫폼과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OS 세계 시장 점유율은 99%다.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12에는 ‘프라이버시 대시보드’라는 새로운 기능이 장착됐다. 대시보드는 사용자에게 스마트폰 속 앱이 어떤 데이터에, 얼마나 자주 접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는 대시보드에서 해당 앱의 접근 권한을 쉽게 제한할 수 있다.

대시보드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상태 표시줄 오른쪽 상단에 특정 앱이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도 알 수 있다. 빠른 설정을 통해 이 역시 빠르게 권한 취소를 할 수 있다.

앱에 정보 권한을 주더라도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도 생겼다. 음식 배달, 차량 공유 같은 앱에는 정확한 위치를 제공하지만, 날씨 앱에는 정확한 위치 대신 대략적인 위치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하는 식이다.

구글 안드로이드12에서는 앱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일부 앱에는 정확한 위치를 제공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앱에는 대략적인 위치만 제공하는 식이다. /구글

구글은 이보다 앞서 3월 초 “웹사이트 방문 이력 등을 수집해 만드는 맞춤형 광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새로운 광고 기술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광고 업체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유저 트래킹 정보 파일(제삼자 쿠키) 지원도 내년 초 중단한다고 했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부터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애플은 앱 추적 기능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iOS 14.5′를 이달 초 배포했다. iOS 14.5로 업데이트 된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 사용 시점에 팝업 형태로 등장하는 공지를 통해 해당 앱의 데이터 추적을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앱의 접근 내용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발(發) 개인정보 보호 움직임에 사용자 맞춤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운영해 오던 페이스북 같은 광고 플랫폼 사업자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페이스북은 애플 발표 직후 회사의 타깃 광고 매출이 50% 급감할 것이라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워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페이스북 타깃 광고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에는 이런 애플의 정책 변경이 수익원을 원천봉쇄하며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모바일 광고 시장은 타깃 광고를 기반으로 약 90조원(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있는 상태다. 그간 광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앱 개발사 측에 소프트웨어개발자도구(SDK)를 무료로 공개·배포하는 대신, SDK를 이용해 개발된 앱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받아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방식의 광고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페이스북 로그인'이 대표적인 SDK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모바일 OS 시장을 장악 중인 두 거대 기업의 이런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애플이나 구글을 통하지 않으면 마케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인 만큼 이는 근본적으로 자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자프런티어재단(EFF)도 최근 성명을 통해 “구글·애플의 정책 변화는 개인정보 보호를 빌미로 타깃 광고 분야의 경쟁사를 단번에 제거할 수 있는 자사 기술로의 대체를 의미한다”라면서 “사용자들이 디지털 생활을 통제하고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만큼 (두 회사의 독점을 강화하는 개인정보 보호보다)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