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서 수년간 쌓인 적자로 1조원대의 손해를 본 LG이노텍이 지난 2019년 사업 철수를 선언한 이후, 최근 중국 후이저우(惠州) 법인 청산을 진행하고 경기 파주사업장의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회사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자동차 전장(電装)' 사업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중국 후이저우 법인의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후이저우 법인은 지난 1994년 회사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설립돼 광디스크드라이브(ODD)용 모터를 만들어 오다가 2010년부터 LED 패키징 설비를 구축하면서 TV·조명용 LED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파고들었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도 중국 저가공세가 시작돼 LED 수요가 급감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실제 후이저우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607억원으로, 지난 2018년 2717억원, 2019년 1960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고, 같은 기간 131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7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후이저우 법인의 자산 또한 2018년 1651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크게 후퇴했다.
LG이노텍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후이저우 공장의 생산을 멈췄다. 올해는 설비와 부동산 등 법인이 보유한 자산 매각과 중국 현지 고용 문제까지 포함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완료되면 LG이노텍의 중국 법인은 자동차 모터, 전장 부품을 주로 만드는 옌타이(烟台) 법인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LG이노텍은 경기 파주사업장의 LED 관련 설비와 특허 역시 중국 업체 측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안에 매각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설비 철거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사업장에는 자외선(UV) LED 등 설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설비와 관련 특허의 매각 대금은 총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LED 라인이 정리되면 해당 사업장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드는 광학솔루션의 생산 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LED 사업부문 중단에 따라 파주 및 후이저우 공장은 지난해 말로 생산과 영업활동을 종료했고, 이에 따라 연결회사(후이저우 법인 등)는 국내외 주요 자산 등을 처분하기 위해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LED의 사업은 LG이노텍의 골칫덩어리로 여겨져 왔다. 회사가 상장한 2008년 이후 지난 2019년까지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LED 사업 철수로 영업적자가 연간 100억원 수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LED 사업 철수 이후에도 자동차용 LED는 사업을 유지한다. 전장 사업에 집중하려는 LG그룹 전체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LED 조직을 '자동차 LS(Lighting Solution)' 사업 담당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회사가 자동차용 LED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LG이노텍은 현재 약 35% 수준인 글로벌 자동차용 LED 채택 비율이 오는 2024년 72%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자동차용 LED 시장이 2023년 373억달러(약 42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이노텍의 자동차용 LED 사업은 지난 2014년 첫 제품을 내놓은 이후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대표 제품 넥슬라이드는 40개국 62개 차종에 공급되는 중이다. 램프 모듈뿐만 아니라 제어용 부품도 함께 공급하고 있어 수익성이 높다.
그룹 내 시너지도 고려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했다. ZKW는 글로벌 선두권 헤드램프 기업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쉐보레 등에 조명을 공급한다. LG이노텍은 ZKW의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속해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과도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기차 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LED 장착은 필연적이다"라며 "결국 전통적인 내연기관이든 미래 전기차든 LED를 채용함으로써 얻는 장점이 확실한데, LG이노텍의 사업 재편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