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민경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6년간 LG CNS 비상장 주식 1만2000주가량을 보유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임용되거나 퇴직한 고위공직자 103명의 재산 등록사항을 관보에 게재하면서 공식화된 것인데, 조선비즈 추가 취재에 따르면 이 주식은 유 실장이 2005년 LG CNS 부사장 당시 취득해 최근까지 보유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실이 과기정통부 취임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최근에서야 드러난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공공 IT, 5G 관련 사업자인 LG CNS 주식을 유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과기정통부 장관 시절에도 처분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사적(경제적) 이익과 공익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서로 부딪치는 것을 말한다.

주식 취득 당시 1만원 이하에서 거래되던 LG CNS 주가는 ‘P스탁’이라는 장외시장 사이트에서 최근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평가액만 12억원(10만원 기준, 주식 수를 곱한 것)을 웃돈다. 유 실장은 이 주식으로 최소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상장 주식 다 매도했지만, LG CNS만큼은 장기 보유

10일 ‘2006~2008년 유영민 실장(당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그는 2005년 LG CNS 주식 5057주를 매수했고, 2007년 무상증자 배정주로 추가 7585주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총 주식 수는 1만2642주로 늘어났다.

유 실장은 첫 재산 신고 당시 LG CNS 주식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상장 주식인 LG전자(066570), SK하이닉스(000660)(당시 하이닉스반도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등을 2006년 9월을 기점으로 모두 처분한 반면, LG CNS 주식만 그대로 뒀다.

유영민 실장의 재산신고 내역. 2006년 9월 상장주식은 모두 처분하고, LG CNS만 남겨둔 것이 확인된다. 이후 유 실장은 무상증자로 LG CNS 주식을 추가 취득했다.

유 실장은 2017년 과기정통부 장관 취임 때는 LG CNS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공직자윤리법에서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 기준 1000만원 이상일 때만 재산 신고 의무가 있었다. LG CNS 액면가는 500원으로 1만2642주는 632만원이기 때문에 법령상 공개 의무가 없다.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한 배경은 지난해 6월부터 비상장 주식 신고가액 기준이 ‘액면가’에서 ‘시가’로 바뀌어 신고 기준을 넘겼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은 백지신탁한 상태다. 백지신탁을 하면 수탁기관(금융회사)은 주식을 60일 안에 팔거나, 처분하기 어려울 때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처분을 30일씩 연장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임기를 시작한 유 실장의 LG CNS 주식은 1주당 10만원 전후에서 처분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임원을 지낸 회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소프트웨어진흥원장, 과기정통부 장관에 취임한 후에도 비상장 주식을 소유하고, 무상증자까지 받은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라며 “5G 상용화 추진 등 국정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려던 게 아니라면 다른 상장 주식 처분 때 같이 매각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장관 취임 후 행보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으로 유영민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LG CNS는 ‘공공IT 시장 강자’로 다양한 정부 부처 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고 있는 곳이다. 유 실장이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인 2018년 3월 LG CNS는 IT서비스 기업 중 최초로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보안인증은 민간기업이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필수요건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평가하는 항목을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LG CNS는 유 실장이 장관 시절 상용화한 5G와 관련해 통신사에 기지국 관리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LG CNS 등이 입주해 있는 LG 마곡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유 실장(당시 장관)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분이 마음껏 연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 신제품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다시 이곳을 찾아 주요 정부부처 장관들과 함께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