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조선DB

인터넷 포털, 게임사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광풍(狂風)처럼 불었던 연봉 인상 릴레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도한 인건비 증가로 당장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기업은 인력 이탈을 막고자 불가피하게 유인책을 내놓는 것이지만 급격한 처우 개선이 기업 성장성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먼저 패를 드러낸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달 29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전분기 대비 10.8% 줄어든 28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991억원으로 29.8%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1조2102억원으로 40.3% 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년도 주가 상승에 따라 (임직원에게) 신규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관련 비용이 이전보다 크게 늘며 개발운영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업비용의 구성항목인 개발운영비는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어난 374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인식한 주식보상비용이 총 70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최근 네이버가 발표한 '스톡 그랜트' 프로그램의 1분기 상당액도 반영됐다. 앞서 네이버는 모든 직원에게 3년 동안 매년 즉시 처분 가능한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지급 대상 직원 수만 65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650억원 규모다. 이를 4등분하면 매 분기 약 160억원씩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 밖에 '스톡옵션 프로그램'과 '주식 리워드 프로그램' 등 총 3가지의 직원 대상 주식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9년 처음 시작한 스톡옵션 프로그램은 매년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이다. 주식 리워드 프로그램은 네이버 주식을 매입하는 직원에게 매입 금액의 10%(연간 2000만원 한도)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다른 IT 기업들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게임사가 대표적이다. 넥슨은 지난 2월 전 직원에 대해 연봉 800만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넷마블, 엔씨소프트도 각각 800만원, 1000만원(비개발직)·1300만원(개발직)씩 올렸다. 여기에 게임사들은 신작 부재, 기대작 부진 등의 악재까지 겹치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사들은 이 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씨소프트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389억원이었으나 지난달 29일 기준 1331억원으로 44% 감소했다. 넷마블 영업이익도 기존 1003억원에서 879억원으로 12% 감소했다.

특히 단순 현금 지급으로 직원 처우를 개선한 기업들은 네이버처럼 주식보상 비중이 큰 곳보다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언제든지 또 연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든 현금이든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는 건 같지만 효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주식을 받으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회사와 더 가깝게 되고, 갖고 있는 주식 혹은 받아야 될 주식 때문에 쉽게 회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IT 기업들의 급격한 처우 개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는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더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기존 직원들에게 높은 동기부여를 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무리하게 보상을 확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기업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재 쟁탈전은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택하고 말 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96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에는 1만4514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