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8일 오후 11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신제품으로 언팩 행사를 별도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서는 글로벌 1등이지만 PC 시장에서만큼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삼성전자(005930)가 승부수를 띄웠다.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의 경험을 그대로 이식한 '갤럭시북 시리즈'로 노트북 시장 공략에도 나선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노트북 시장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은 레노버(24.5%), HP(22.8%), 델(16.9%), 애플(7.6%), 에이서(6.7%)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순위권 밖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이제 사람들은 기기 하나만으로 일하지 않는다"라면서 "삼성이 잘하는 스마트폰의 경험을 노트북에도 이식하는 동시에, 노트북과 다른 갤럭시 기기와의 연동도 대폭 강화해 노트북을 갤럭시 생태계로 포함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을 통해 최초로 노트북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이런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 스마트폰이야? 노트북이야?
삼성전자는 이날 언팩에서 '갤럭시북 프로' '갤럭시북 프로 360' 2종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 같은 휴대성이다.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는 모두 11㎜대의 두께(내장 그래픽 탑재 모델 기준)를 구현했다. 특히 '갤럭시 북 프로' 13.3인치 모델은 11.2㎜ 두께에 1㎏이 채 안 되는 868g 무게로 역대 삼성 '갤럭시북'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볍다. '갤럭시 북 프로 360'도 13.3인치, 15.6인치 모델의 두께·무게가 각각 11.5㎜·1.04㎏, 11.9㎜·1.39㎏이다.
모바일 충전기 경험도 그대로 가져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쓸 수 있는 USB-C 타입 범용 충전기를 지원한다. 크기는 전작 대비 약 52% 작아졌고, 65W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워치에 이어 노트북인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윈도PC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색 표현이나 명암비, 디테일한 화면 표현에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갤럭시 북 프로 360'은 터치가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완전히 접어서 태블릿PC처럼 사용하며 손이나 S펜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텐트처럼 세우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며 간단히 필기할 수도 있다. 함께 제공되는 S펜은 두께와 길이가 기존 대비 각각 2.5배, 1.4배 커져 실제 펜처럼 편안하게 쥐고 글씨를 쓰거나, 다양한 스타일의 브러시 효과를 낼 수 있다.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는 최신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CPU)와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그래픽을 탑재했다. 인텔의 고성능, 고효율 모바일 PC인증 제도인 '인텔 Evo 플랫폼' 인증도 획득했다.
◇ '안드로이드' 갤럭시폰과도 매끄럽게 연결
삼성전자가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내세운 또 다른 키워드는 '갤럭시와의 연결성'이다. 갤럭시의 운영체제(구글 안드로이드)와는 다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다른 갤럭시 기기와 매끄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에서는 최대 5개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한 번의 촬영으로 다양한 앵글·효과가 적용된 사진·영상을 기록해주는 '싱글 테이크'나 '슈퍼 슬로우 모션'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결과물도 노트북 갤러리(Gallery) 앱에서 확인, 편집할 수 있다. 자동 동기화를 이용하면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특수 효과가 반영된 사진이 자동으로 노트북에 나타난다.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 기능을 활용하면 최신 갤럭시 태블릿PC에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 화면을 복제 또는 확장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스위치(Smart Switch)' 기능을 노트북에서 처음 지원한다. '갤럭시북 스마트 스위치'를 통해 이전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이나 영화, 파일, 앱, PC 설정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일한 삼성 계정을 통해 자동 동기화된 갤럭시 기기간 '삼성 노트(Samsung Notes)'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다른 기기에서 바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노트북 최초로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의 연동을 통해 '스마트 홈 허브'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다. 노트북에서도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집 안의 불을 끄거나, 온도를 바꾸거나, 주방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 5월 14일 전 세계 출시, 29일부터 사전 판매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는 5월 14일부터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4월 29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갤럭시 북 프로 360'은 15.6인치와 13.3형 디스플레이의 두 가지 모델에 '미스틱 네이비', '미스틱 실버', '미스틱 브론즈'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세부 사양에 따라 181만~274만원이다.
'갤럭시 북 프로' 역시 같은 크기 두 가지 모델에 '미스틱 블루', '미스틱 실버', '미스틱 핑크 골드'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130만~25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