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산업 규제보다 진흥을 통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덩달아 비대해진 플랫폼에 규제 칼날을 겨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쳐지는 것인지 등 지켜보는 시선도 많아졌다.
이날 오전 윤석열 당선인 선거대책위원회 정보기술(IT)특보 겸 ICT코리아 추진본부장을 맡아온 김성태(사진) 전 국민의힘 의원과 전화 인터뷰했다. 김 전 의원은 당 안팎에서 인정하는 디지털 정책 전문가다. 초고속망 구축, 전자정부 도입 등 한국 정보화 정책을 입안, 추진해 왔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기 전인 만큼 정책이나 정부 부처 개각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민간 중심' '규제 혁파'처럼 미래 윤석열 정부 ICT 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키워드를 내놨다. 그는 "'사회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정부는 왜 변하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라면서 "윤 당선인이 이끌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모든 것을 정부 존재 이유인 민간에서 해답을 찾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와 IC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말해 왔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윤 당선인이 강조해온 것은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하려면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같은 새로운 첨단기술이 활용돼야 한다. 이게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이다. 과거 연말정산을 위해 여기저기 부처에 서류를 요구해 번거로웠던 연말 정산 서비스를 간소화한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할 일을 국민에게 시키지 않고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가진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다. 민간 ICT 기업이 창의력을 가지고 이런 것을 개발하고 뛰어들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ㅡ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고 플랫폼 파워가 어마어마해졌다. 이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수수료, 배달비 인상, 갑질 등 사업자나 소비자 피해만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시장의 창의력·다양성을 존중하고 활성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기존의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각종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같은 초기기업이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꽃 피우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 기조가 잡혀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전통 산업 분야와 새로운 플랫폼 기업 간 갈등·충돌이 생길 수 있다. 의료분야도 그렇지 않나. 우리의 우수한 원격의료 기술이 플랫폼화하고 있지만, 이를 막고 있는 이해단체도 있다. 이는 어느 분야에서나 생길 수 있는 갈등이다.
가능하면 규제 혁파를 통해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하되, 기존 산업과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예측해 이를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갈 것이다. 윤 당선인이 준비 중인 '퓨처 레디니스(Future Readiness·미래 대응성)' 정책 패키지에 그런 내용이 담길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만이 아닌,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한국이 디지털경제 패권국가가 될 수 있다."
ㅡ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가 골목상권에서 문어발식 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국내가 아닌 해외를 바라본다면 많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에선 직원들이 서로 의욕적으로 경쟁하며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여러 사업을 짧은 시간 내 확장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 성격상 경쟁 구도 속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다.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는다면, 경쟁 속에서도 글로벌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다."
ㅡ가계통신비 인하나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 독려처럼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통신정책은 보이지 않는데.
"1990년대 천리안으로 통신서비스를 즐기던 시절 초고속 인터넷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1994년 시범사업 위원장도 맡았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이렇게 빠른 서비스를 하는 게 필요가 있냐며, 누가 쓰겠냐고 반대가 많았다. 새로운 인프라가 생기면 그에 맞는 서비스가 나오게 마련이다. AI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정부로 가려면 민간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통신사는 국민에게 저렴하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5세대(5G), 6세대(6G) 이동통신 기반의 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ㅡ현재 한 몸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부(ICT담당)를 다시 쪼갤지, 산업 진흥 관점의 정보통신부와 규제 중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합칠지 등 정부 조각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제2의 물결이 산업사회, ICT를 강조하는 게 제3의 물결이고 제4의 물결이 융합 혁신이다. 디지털 기반의 융합 혁신이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끌고 나가야 할 정부가 산업사회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장 낙후된 형태로 거버넌스(지배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다. 융합 혁신해야 할 민간기업은 너무나 괴로워한다. 새로운 어젠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은데 기존 틀에 맞춘 옛날 스타일(거버넌스)의 정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혁신을 지원해주고 해결해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지금 현실이다. '사회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왜 정부는 변하지 않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부 부처가 디지털 대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각 부처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서 역할을 하려면 융합 혁신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나 지원 부처가 필요하다. '디지털융합혁신부'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ㅡ현재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합쳐져 디지털융합혁신부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
"정부는 하나인데, 이것이 어디 어디 부처로 나뉘면서 어떤 것은 규제가 되고, 어떤 것은 진흥책이 된다. 기업으로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민간이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해법이 나온다. 그동안은 공무원이 가진 권한이나 규제 등에 따라 정부를 구성했다. 거꾸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관점에서 뒤집어 생각하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 그리고 민간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를 우위에 두면, 정부 조직의 설계 방향에 대해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