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왼쪽)와 피하주사 형태의 휴미라

삼성그룹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아달로체'가 해외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달로체는 글로벌 매출 1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지만, 약값은 물론 편의성 측면에서도 오리지널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아달로체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국내 매출은 38억원로 집계됐다. 아달로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27억원)은 지난해 하반기(11억원)와 비교해 두배가 넘지만 휴미라 국내 시장 규모가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휴미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29조원(221억3700만달러) 가량 팔렸다. 지난해 국내 매출만 912억원에 이른다.

아달로체는 9월 현재 전국 90%의 대형 병원에서 처방되고 있다. 출시 첫해 성적이라고 하지만, 1000억원 시장에서 4% 점유율은 '삼성'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더욱이 유럽 시장에서 아달로체(유럽명 임랄디)의 매출은 지난해 3147억원(2억3340만달러)을 기록했다.

한국아이큐비아 제공/그래픽=김명지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독 국내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인데, 한국은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기 때문에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약가제도에 따르면 복제약이 나오면 오리지널의 약값은 최대 30% 깎인다. 아달로체의 약값은 24만원. 휴미라는 아달로체가 출시되자 40만원선이던 약값을 28만원으로 깎았다. 여기에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약값 10%만 부담하게 되면 아달로체와 휴미라의 약값 차이는 4000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런 국내 정책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달로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대학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복제약이 시장성을 가지려면 오리지널과 비교해 30%는 저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달로체의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달로체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휴미라를 주로 처방받는 자가면역질환(강직성 척추염) 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아달로체를 맞으면 휴미라보다 아프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이는 아달로체가 개량되기 전 버전의 기존 휴미라를 복제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약물 성분의 변형을 막는 완충제로 구연산염을 넣는데, '산(酸)' 성분이라 몸에 주입할 때 통증을 유발한다. 휴미라는 지난 2019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신제품(휴미라펜 구연산염프리)을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4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통증을 줄인 개량 버전에 대한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 시장 출시 소식은 없는 상태다.

바이오젠 등 공시 취합/김명지 기자

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바이오의약품은 항류마티스 의약품을 썼을 때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쓰는 약이다"라며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없는 바이오시밀러로 굳이 바꾸겠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통증을 줄인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구연산염을 제거한 개량 버전인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올해 3월 국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미국 시장에 이어 한국 시장에서도 통증을 줄인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