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 이혜영 한국BMS제약 신임 대표, 양지혜 베이진코리아 대표. /각사 제공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49개사 중 여성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18개사로 나타났다.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대표들은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고 대표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내 제약사 중 여성 대표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

28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된 47개 업체 중 16개사의 대표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회원사 외에 갈더마코리아, 한국산도스도 여성 대표가 맡고 있어 총 18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장수 여성 대표는 피부전문 제약사인 스티펠이 1986년 국내 진출할 때 초대 대표를 맡았던 권선주 전 대표가 꼽힌다. 그는 이후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다 2009년 퇴임했다. 현재 활동 중인 최장수 대표는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다. 올해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배 대표가 취임했던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다국적 제약사를 여성 대표가 이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산도스 윤소라 전 대표, 레오파마의 초대 대표인 주상은 전 대표, 한국얀센의 김옥연 전 대표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40% 가까운 곳을 여성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대표는 13명이다.

올해 새롭게 여성 대표가 선임된 기업은 중국 바이오업체 베이진이다. 베이진의 한국법인인 베이진코리아는 2019년 설립된 뒤 그간 대표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1982년생 'MZ세대'인 양지혜 대표가 지난 5월 선임됐다. 양 대표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화이자를 거쳐 노바티스에서 항암제사업부 헤드를 맡았다.

최근에는 비아트리스의 이혜영 대표가 BMS로 옮긴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비아트리스의 경우 한국, 일본, 베트남 지역 모두 한국 여성이 사장을 맡았는데 이번에 이 대표가 빠지면서 당분간 공석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법인을 세운 모더나도 첫 수장으로 손지영 대표가 선임됐다. 모더나 관계자는 "여성, 남성 직원 성비가 5:5 수준이다"라며 "임원급(바이스 프레지던트 이상)도 여성 비중이 40% 가까이 된다"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에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것은 '다양성' 차원에서 세대, 성별, 인종과 상관없이 채용하겠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여성 리더만을 위한 사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애브비 등은 여성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는 한국법인 차원에서 워킹맘을 위한 제도를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사노피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남자 직원에게도 육아휴직을 주는 제도가 생겼다"며 "총 14주를 쓸 수 있고, 실제로 이 휴직 제도를 활용하는 직원도 나왔다"고 했다. 특히 배경은 사장이 직접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장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KRPIA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제약사 여성 임원 비중은 53%, 여성 고용 비율은 45%에 달한다"며 "여성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성별 다양성을 중시해 투명한 인사, 승진 평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