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 10명 중 6명은 향후 2년간 신약허가 과정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약바이오 제조역량을 늘리기 위한 정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절반이 넘었다.
글로벌 백신 원부자재 기업인 싸이티바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2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특별 좌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2022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정부 정책 및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8개국 500명의 기업관계자(약 800억 이상 매출 규모 기업 임원진)대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향후 2년 동안 신약 허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정부와 제약 바이오 업계가 ‘감염병 극복’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협력해 성공한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규제 당국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신약을 신속히 허가 승인하기 위해 기존의 순차 승인이 아닌 동시 검토·승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은 “팬데믹 기간에는 기업의 연구 진행과 정부 규제기관이 이를 동시에 검토하는 ‘롤링리뷰’가 진행됐다”며 “규제당국은 제조사들이 20만장 정도 되는 정보를 보내면, 그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처리를 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은 “팬데믹은 정부와 업계가 규제 기관과 규제 대상이라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공유된 목적 달성을 위한 파트너’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와 산업이 협력해 신약 허가 과정의 속도를 단축하는 것을 경험했으니,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김 사무총장은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가 아닌) 신약 신청서를 제출한 다른 제품은 (오히려) 심사가 지연됐고, (신약 허가 속도를 높이려면) 공무원을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라고 했다.
서울대 박승범 부학장도 이른바 ‘신약 신속 승인’이라는 것이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인 만큼 일반화는 어렵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신약 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요구되던 행정적 문제가 개선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및 신약개발 주기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는 기업의 효율성 및 글로벌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8%의 응답자들은 각국 정보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제조업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싸이티바 프란시스 반 패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국가의 공급망 확보 정책은 기업의 전략과 함께 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싸이티바가 한국에 투자하는 것도 한국 정부의 바이오산업 장려 정책과 싸이티바의 ‘지역 내 수요는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전략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프란시스 총괄사장은 “싸이티바는 바이오 관련 원부자재와 장비 생산 역량을 늘릴 준비를 해왔지만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5~10년을 내다보고 바이오 산업 전체 공급망을 조망하며 생산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시스 총괄사장은 오는 2024년부터 한국에 세포배양백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도 다시 확인했다. 싸이티바는 지난해 9월 한국에 5250만 달러(약 62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바이오 원부자재 기업이 국내에 생산 시설을 짓는 것은 싸이티바가 처음이다. 싸이티바는 국내에서 생산한 세포배양백을 아시아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싸이티바는 지난 2016년 인천 송도에 바이오 인력 교육기관인 ‘아시아·태평양 패스트트랙센터’를 세웠다.
이날 좌담회는 싸이티바 코리아 최준호 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패널로는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박승범 부학장, 싸이티바 프란시스 반 패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참석했다. 프란시스 총괄사장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