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전파력에 기존 면역까지 회피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위 BA.5가 국내 우세종이 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국내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의 사후 검증에 나선다. 현재 국내 사용 중인 진단키트는 우한주와 델타 변이가 유행하던 1~3년 전에 대거 허가를 받았는데, 이 키트들이 BA.5와 BA2.75(이른바 켄타우로스) 등 새 변이 바이러스까지 잡아낼 수 있는 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점검 결과에 따라 변별력이 떨어지는 제품의 경우 허가 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19일 진단의료기기 업계와 식약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진단키트 제조사들에게 기존에 허가받은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5와 BA.2.75 등 새 변이에 변별력이 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바뀐 것이 기존에 허가받은 키트(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부를 확인해 제출하라고 했다"라며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따라 (새 변이 판별 유의미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기존 제품의 허가 변경이 불가능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품을 오미크론 변이용 키트로 사용하려면 기존의 허가를 변경해야 하는데,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허가 변경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최초 허가에 필요한 키트의 민감도와 특이도 등 신규 임상 자료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BA.1)까지는 국내 진단키트 업체에 관련 자료 제출을 받았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라며 "앞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BA.5와 BA.2.75에 대한 변별력도 있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식약처가 기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변별력 점검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 변이가 출몰한 때문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2째주(10~16일) BA.5 검출률은 52.0%로 국내 우세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출률이 50%를 넘으면 우세종이 된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BA.5 감염사례 2건이 확인된 이후 8주만이다.
이렇게 기존 바이러스의 면역도 뚫어내는 새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확진 판정에 사용되는 진단키트의 정확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의 경우 신속항원 검사의 변별력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대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연구에서 228명의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감염 초기에 대상자가 된 17명을 골라내 비강, 타액, 구인두도말 검체로 PCR과 신속항원검사를 3주 이상 실시했고, 언제부터 이들이 자가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PCR 양성 판정을 받은 지 평균 4.9일 이후에 신속항원으로 양성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항원검사로는 닷새 가량 감염력 있는 확진자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17명 중에서 2명(12%)는 3주 내내 한번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고, PCR양성 판정 1~3일 이후에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17명 모두 백신을 접종했고, 16명은 2차 접종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의 종류는 물론이고, 백신 접종률에 따라 신속항원 검사의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홍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기존의 연구들이 상대적으로 (감염이 된 후 시간이 흐름) 늦은 시점의 환자를 많이 포함하면서 증상과의 상관성을 과대 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