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장맛비가 강하게 내리는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에 이어 전파력이 더 강한 BA.2.75(켄타우로스) 변이까지 국내 유입되면서 올해 가을 메가톤급 대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PCR(유전자 증폭) 진단 시약의 제품 허가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새로운 제품 개발 지원을 위한 조치이며, 방역 당국에서 쓰이는 제품 요구 사항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 PCR 진단 제품의 품질 저하를 우려했다.

18일 식약처에 공개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과 '고위험성 감염체의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의 코로나19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이 삭제됐다. 그동안 식약처는 국내 유통 PCR 진단시약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2개 이상을 검출하도록 권고했는데, 앞으로 1개 이상만 검출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유전자 한 개만 검출하는 PCR 진단 시약은 돌연변이에 취약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 개 유전자만 검출하는 진단 시약의 경우, 이 시약이 검출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자신의 모양을 감추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진단 시약이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를 잡아낼 수 있는지 사후 성능 검사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동안 국내 진단키트 허가 규정이 깐깐한 덕분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PCR 진단 시약이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으나, 앞으로는 무분별하게 수입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식약처는 이렇게 지침을 개정한 이유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유럽 당국에서는 진단 시약의 검출 유전자 개수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식약처 설명과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5일 가이드라인을 내고 미국 내 유통되는 진단시약은 반드시 두 개 이상 유전자를 검출하도록 코로나 PCR 검사 설계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진단산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로 최근 여러 호흡기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하는 시약이 개발되고 있는데, 기존 유전자 검출 개수 권고 기준으로 다중 호흡기 진단 시약 제품이 허가조차 못 받는 일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전자 검출 개수 제한을 풀었지만,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민감도나 특이도 등의 세부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방역현장에서 사용하는 PCR 진단 시약은 두 개 이상의 유전자를 검출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질의 수입품이 대량 유입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