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연구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씨젠 의료재단 분자진단센터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분석·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분자진단 1위 업체 씨젠이 해외 진출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씨젠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수년 전부터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쌓인 실탄도 넉넉하다. M&A 대상으로는 장비, 원재료, IT 기술 등과 관련한 기업이 거론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씨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819억원에 달한다. 2019년 말 491억원에서 2020년 말 3081억원, 2021년 말 4321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매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는 있지만 확진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올해 초와는 달리 코로나19의 풍토병화(엔데믹)가 진행되면서 진단키트 업체의 고민도 깊어졌다. 엔데믹이 가시화되면 진단키트 업체들은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진단키트 업체들이 그동안 쌓은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씨젠 역시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A 전문가도 잇따라 영입했다. 지난해 모건스탠리 한국지사장과 삼성증권 등을 거친 박성우 부사장을 영입했고, 올해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케이벤처스(K-Ventures) 기획담당이었던 노정석 전무를 투자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박 부사장을 영입한 후 투자전략부에는 신규 인력을 채용했고, 투자기획실은 노 전무가 입사하면서 신설됐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으나 앞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씨젠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편이다. 유전자 진단 시약 및 기기개발이 주 사업인데, 코로나19 이전에는 호흡기 질환, 소화기 감염증, 성병, 자궁경부암 등을 진단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씨젠의 분자진단 시약 관련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포트폴리오에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력은 물론 자금력까지 갖춘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투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씨젠은 미국 진단기업 메리디언을 2조원에 인수한 SD바이오센서와는 다소 다른 형태의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D바이오센서는 자체 개발한 현장진단 장비를 보유한 반면, 씨젠은 바이오래드(Bio-Rad)의 항체검출패드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씨젠은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바이오래드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공동 추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래드와 미국 분자진단 시장 진출 건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업 역량과 지역 확장을 위한 M&A가 기대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한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장비, 원재료, IT 기술 등에 대한 인수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임상 검사기관이나 해외 진단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체외진단 제품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시약과 진단기기를 함께 허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비 회사와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게 유리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