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비어크만 교수와 그 연구진이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 범용 백신 '모자이크8' 구조도. /칼텍 제공

코로나19 신종 변이는 물론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백신이 개발됐다. 쥐, 원숭이 등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감염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인간에게도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되면 앞으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나와도 개량 백신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칼텍)는 이 학교 생물학·생체공학 교수인 파멜라 비어크만 교수 등이 진행한 코로나 범용 백신 연구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정한 범용 백신 이름은 ‘모자이크8′이다. 코로나19 베타 변이와 동물에게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7종까지, 총 8종의 바이러스가 지닌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백신 물질은 둥근 나노 입자에 코로나 바이러스 8종의 단백질 60개가 결합한 형태다.

비어크만 교수는 “동물 실험 결과 8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만든 범용 백신이 사람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키는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비어크만 교수 연구진은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기존에 나온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한쪽에는 모자이크8을 접종시켰다. 이후 모든 쥐에 코로나19 베타·델타 변이와 사스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시켰다.

일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쥐들은 코로나19 감염에는 살았지만 사스에 걸렸을 땐 사망했다. 반면 모자이크8을 접종한 생쥐들은 코로나19와 사스로부터 모두 살아남았다. 모자이크8을 구성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베타 변이는 있었지만, 델타 변이와 사스는 없었는데도 이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를 보였다. 아울러 백신 제조에 쓰이지 않은 동물 감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모자이크8은 감염 차단 효과를 보였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알렉산더 코헨 박사는 “범용 백신을 접종한 동물에서 거의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는 항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자이크8 접종으로 발생한 항체가 인식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모두 21종이다. 여기에는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부터 오미크론 변종인 BA.1, BA.2 등이 모두 포함된다.

코로나19 백신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돌기 단백질이나 그 유전자가 들어있다. 백신을 맞으면 이들이 몸속에 들어오면서 작동하는 면역반응에 의해 항체가 생겨난다. 이 상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들어오면 항체가 이를 인식,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에 달라붙어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식으로 감염을 막는다.

모자이크8 접종으로 생긴 항체가 21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을 전부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백신으로 인간과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어크만 교수는 “인간 혹은 동물의 몸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킬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우리가 어떤 변이에도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을 만들려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웰컴 트러스트가 미국에 세운 비영리 기관인 웰컴 립(Wellcome Leap)이 지원했다. 덕분에 2년으로 계획했던 백신 개발 기간이 6개월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칼텍 연구진은 국제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조만간 인간을 대상으로 모자이크8의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3~5년 안에 백신 개발을 끝내고 생산, 공급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