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경남 경남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사무실에서 김용덕 원장이 임플란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지난 2019년 3월 부산대 치대병원에 20대 초반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선천적으로 치아가 하나도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있는 ‘무(無)치악증’ 환자였다. 성인은 사랑니를 제외하고 28개 치아가 있어야 하는데 그중 19개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어금니 없이 앞니로만 음식을 씹어 왔고, 그 앞니마저도 손상돼 몇 개는 아예 빠진 상태였다.

김용덕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은 환자의 잇몸에 뼈를 이식하고 임플란트를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 그동안 수많은 치과 치료를 받았지만, 치아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턱뼈를 깎아 잇몸에 이식하고, 치아 8개를 임플란트하는 대수술이었다. 시술 기간만 1년이 걸린다고 했다.

김 원장은 1년 넘게 환자를 설득했고, 2020년 7월이 돼서야 환자의 동의를 얻었다. 그렇게 1년에 걸쳐 시술을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 원장은 “환자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걸 그랬다고 말하며 웃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무치악증은 유전적 요인 등으로 태아의 치아를 만드는 싹이 정상적으로 형성이 안 돼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사랑니를 제외한 6개 이상의 치아가 없는 경우 ‘부분무치악증’이다. 유병률은 0.08%로 태아 1만명 중 8명씩 발병한다. 이 질환은 치아가 부족해 음식을 씹기도 힘들지만, 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외모나 발음 이상으로 놀림을 받아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인이 돼 얼굴 뼈가 성장을 멈추면 잇몸뼈 이식과 임플란트가 가능하다. 무치악증 환자는 잇몸뼈가 불완전해서 임플란트를 하려면 1~2년간 골(骨)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무치악증 환자 본인의 턱뼈 일부를 깎아낸 뒤, 남아있던 잇몸뼈에 붙이는 ‘자가골이식’ 방법을 주로 써왔다. 거부반응은 가장 적고 재생 효율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잇몸뼈를 이식했을 때 잇몸 조직이 이를 ‘필요 없는 뼈’라고 판단해 흡수해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임플란트를 할 정도로 잇몸뼈를 온전히 재생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김 원장은 10여년 전부터 잇몸뼈 재생에 도움이 될 만한 몸속 물질을 수소문했고, 지난 2014년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뼈 생성을 촉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은 2017년 국제 생리학 학술지에 게재됐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더모카인’이라는 사이토카인(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조직의 뼈 흡수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논문을 작성 중이다. 김 원장을 지난달 8일 경남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달 8일 경남 경남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사무실에서 김용덕 원장이 무치악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一 ‘무치악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쉽게 말해 태어날 때부터 치아가 없는 병이다. 치아가 일부 없으면 부분무치악증, 하나도 없으면 완전무치악증으로 분류한다.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학계에선 임신 중 세포분열에 문제가 있거나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태아의 치아를 만드는 싹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까지는 추정 중이다.”

一 흔한 병은 아닌 것 같은데.

“발병률로 따지면 희귀병에 가깝다고 본다. 사랑니를 빼고도 6개 이상의 치아가 없는 경우 부분무치악증으로 정의하는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0.08% 수준으로 발병한다. 1만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중 8명이 부분무치악증이란 소리다. 완전무치악증은 그보다도 훨씬 낮다. 또 완전무치악증은 다른 여러 장애와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따로 통계가 나온 것도 없다.”

一 이런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하나.

“임플란트다. 다만 치아가 없는 자리에는 잇몸뼈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임플란트를 삽입할 수 있도록 잇몸뼈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골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골이식 종류는 우선 누구의 뼈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본인 뼈를 깎아서 쓰거나 다른 사람 뼈, 동물 뼈,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만든 인공뼈 등을 쓸 수 있다. 이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건 환자 본인 뼈를 쓰는 ‘자가골이식’이다. 자신의 뼈를 깎아서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적고 뼈가 더 빨리 자란다.”

一 자가골이식으로 잇몸뼈를 어떻게 재생하나.

“일종의 간척사업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환자 턱뼈를 깎은 뒤 그 단면을 기존에 있던 잇몸뼈에 붙인다. 그러면 턱뼈 조각의 단면에서 뼈가 자라나면서 잇몸뼈에 생착한다. 바다를 땅으로 메우듯, 잇몸조직을 뼈로 메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임플란트를 삽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잇몸뼈를 재생시킨다. 새로 생겨난 잇몸뼈가 자리를 잡고 튼튼해지면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한다.”

一 어린 환자에게 하기엔 위험한 수술인 것 같은데.

“위험하다기보다는 하지 않는다는 쪽이 더 맞다. 우리 몸속 뼈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계속 커진다. 어릴 때 골이식을 해서 임플란트를 삽입했다가는 성장기에 얼굴뼈가 커지면서 (임플란트가) 전부 뒤틀리고 위치가 어긋날 수 있다. 그래서 무치악증 환자들이 골이식과 임플란트 수술을 받으려면 성장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一 무치악증 환자들의 잇몸뼈가 성장기에 자라서 골이식이 필요 없을 수도 있나.

“성인이 된 무치악증 환자 잇몸뼈를 검사했더니 골이식 수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경우도 정말 가끔 있다. 하지만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건 우리 몸의 특성 때문이다. 치아와 잇몸뼈는 연결돼 있다. 그런데 무치악증 환자는 치아 없이 잇몸뼈만 있는 상태다. 그러면 잇몸조직이 잇몸뼈를 ‘불필요한 뼈’라고 인식해 뼈를 흡수한다. 그래서 성인 무치악증 환자들이 임플란트를 하려면 거의 무조건 골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김용덕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과 그의 팀원들이 지난 2014년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피니얼 리서치'에 게재한 논문. /저널 오브 피니얼 리서치 캡쳐

一 조직이 잇몸뼈를 흡수할 수 없게 못 하는 건가.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 몸에는 세포 간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있다. 뼈가 재생이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이토카인이 개입한다. 지난 10여년간 이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기존에 알려진 것들 외에 뼈 재생에 도움을 주는 다른 사이토카인을 알아낸다면, 무치악증 환자의 잇몸뼈를 재생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봤다. 그 결과 숙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이 뼈가 자라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2014년에 이에 대한 논문을 ‘저널 오브 피니얼 리서치’라는 학술지에 게재했다. 생리학, 신경과학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학술지다.”

一 다른 연구 성과도 있나.

“‘더모카인’이라는 사이토카인이 조직의 잇몸뼈 흡수를 억제하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도 최근 확인했다. 현재 이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미성년 무치악증 환자들의 잇몸뼈가 성인이 될 때까지 최대한 많이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데에 더모카인을 응용할 수도 있다. 또 2020년에는 유방암 치료 약물인 ‘레트로졸’이 뼈 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냈다. 무치악증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一 사명감이 남다른 것 같은데.

“무치악증 환자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전부 드라마다. 그 이야기를 직접 듣고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기억나는 건 20대 초반의 한 여성 환자다. 원래 있어야 할 치아 28개 중 9개만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보철물을 계속 교체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남은 치아도 완전히 손상된 상태였다. 자가골이식으로 잇몸뼈 재생부터 하자고 했는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 나아질 희망도 없는 데다가 자기 뼈를 깎아 잇몸에 넣어야 하는 수술이 무서웠던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내게 치료를 받고 치아 상태가 극적으로 좋아진 환자들 사진까지 보여줬다. 그렇게 6개월 만에 수술을 결정했고 지난해 7월에 모든 치료가 끝났다. 그 환자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을 걸 그랬다면서 6개월간 고민하던 때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 기구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환자들이다.”

스트라우만 임플란트의 시술 과정. /스트라우만 제공

一 한 번에 임플란트를 10개 안팎씩 삽입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지 않나.

“그렇다. 현재 건강보험 제도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최대 2개까지만 임플란트에 건보 재정이 지원된다. 다른 사람은 개당 300만~400만원씩 하는 임플란트 비용을 전부 내야 한다. 이것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사람도 정말 많다. 한 환자는 임플란트를 일부만 심고 치료를 중단하고 4년 뒤에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그동안 임플란트 심을 돈을 벌어온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화다. 무치악증 환자처럼 선천적으로 치아가 없는 환자들이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엔 건보 재정으로 비용을 지원해준다던가 하는 제도적 보완이 됐으면 한다.”

一 제품을 싼 걸 쓸 수는 없는 건가.

“임플란트는 환자가 평생을 입 안에 넣고서 살아야 하는 제품이다. 그만큼 부식에 강해야 하고 강도도 세야 한다. 싼 걸 써서 자주 바꾸게 되면 그게 환자에게 더 안 좋다. 우리 병원은 스트라우만의 임플란트 제품을 쓴다. 이들은 단순히 임플란트 품질만 좋은 걸 넘어, 자사 제품을 쓰는 전 세계 모든 병원들로부터 나오는 임상 데이터를 모아서 일선 의료진들에게 공유해준다. 제품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는 임플란트 삽입 후 꾸준히 병원에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도 좋은 점이다.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생각하면 아무 제품이나 쓸 수는 없다.”

一 건강보험 이외에 치료 환경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치악증 환자들은 성장기에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이들은 그냥 음식만 씹기 힘든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굉장히 불안정한 사람이다. 치아 없이 태어난 탓에 학교 등에서 외모나 발음이 이상하다며 오랜 기간 놀림을 받은 탓에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아예 집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도 있다. 그럼에도 임플란트라는 수술 특성상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 의사들은 수익에 눈이 멀어 임플란트를 무리하게 심고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그런 의사를 만나버리면 마음의 상처가 더 커진다. 무치악증 치료는 정말 어렵고 장기적으로 수술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병원이 사명감을 갖고 무치악증 환자들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줘야 한다고 본다. 진심으로 환자의 삶을 걱정하고 챙기는 치과 의사들이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