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글로벌 말초신경학회(PNS, Peripheral Nerve Society) 연례 학술대회에서 종근당이 샤르코 마리 투스(SMT)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10′의 유럽 임상 1상 및 비임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SMT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으로 손과 발 근육이 위축돼 정상 보행은 물론 일상생활도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종근당이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프랑스에서 진행한 CKD-510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학회에서 CKD-510은 레이트 브레이킹 포스터(Late-breaking poster)로 채택되며 이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레이트 브레이킹 포스터는 학회 자료 제출이 끝났더라도 해당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해 추가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SMT는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없는 희귀 질환인데, 종근당의 후보물질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것이다. CKD-510은 지난 2020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종근당이 그동안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한 노력이 곳곳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학회에서 주목받은 SMT 치료제에 이어 황반변성 치료제 블록버스터인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CKD-701′이 올해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다. CKD-701이 허가를 받으면, 종근당이 개발에 성공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거나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혈관(신생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에 손상을 입히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대병원에서 마친 임상 3상에서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CKD-701과 루센티스를 각각 투여하고 3개월 지난 후 최대교정시력(BCVA)을 비교 분석한 결과 그 효능이 CKD-701 투여군(97.95%)과 루센티스 투여군(98.62%)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시력의 변화폭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임상 1상 중인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 ‘CKD-702′도 적응증을 확대해 글로벌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동시에 막아내는 항암이중항체다. 각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의 수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한다.
소세포폐암 동물모델로 진행된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고, 기존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동물모델에서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2023년 글로벌 임상 1/2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종근당의 이런 성과는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에 비롯됐다. 종근당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는 1628억원으로 이는 연매출 대비 12.2%에 이른다. 종근당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1375억원, 2020년 1495억원으로 매년 늘었고, 같은 기간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56개에서 87개로 50%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임상 단계에 진입한 과제는 37개에 달한다. 2021년에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31건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