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를 다음 달 중 시작한다. 지난 1~4월 사이 국민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을 파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국 17개 시·도 주민 1만명의 항체 양성률을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파악한 항체 양성률을 근거로 방역 정책 기준을 세우는 등 '과학 방역'을 추진해 나간다.
7월에 항체 양성률 조사를 시작하면 결과 발표는 9월, 방역 정책 수립 및 결정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조사 시기를 앞당기거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9월 전후 계절적 요인으로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늦어도 가을이 오기 전까지 정책적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 유행세 줄었지만… "재유행 온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538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인한 확진자 수 최고점(62만1266명, 3월 16일)의 0.5% 수준이며,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던 지난 1월 11일(3094명) 이후 160일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정부가 전 국민 항체 양성률을 파악해 방역 정책을 새로 짜려는 것은 올해 가을·겨울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 호흡기바이러스는 보통 가을·겨울에 활동이 왕성해진다. 온도가 낮고 건조한 환경에선 호흡기를 보호하는 점막이 약해져 바이러스 침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도 재유행 시기를 늦여름에서 겨울 사이로 보고 있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총괄조정팀장은 "확진자 수가 여름까지는 안정적이겠지만, 가을·겨울이 되면 하루 최대 1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늦여름인 8월쯤 재유행이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 항체 양성률 조사는 7월 시작도 미지수
그런데 재유행 가능성에 따라 방역 정책을 재정립하겠다며 계획한 항체 양성률 조사가 7월에야 시작한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온다. 항체 양성률을 조사한 뒤 이를 활용한 방역 정책까지 만들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순히 항체 양성률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그 데이터를 갖고 방역 정책까지 만들어야 하는 게 지금 당국이 직면한 과제다"라며 "결국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시작 시점을 앞당기거나, 조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항체 양성률 조사 날짜를 7월 8일로 잡아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이 날짜를 시작일로 확정 짓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날 한 방대본 관계자는 "7월 8일에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계획은 잡았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며 "조사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거나 관련 절차가 길어지면 날짜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 조사를 5월부터 시작해 6월 중 검체 채취·분석을 진행하고 7월에 조사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조사 준비 등 절차가 지연되면서 모든 일정이 2개월씩 밀린 상태다.
◇ "항체 양성률 데이터 활용 방안 명확하지 않아"
전 국민 조사로 얻어낸 항체 양성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세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양성률 조사로 나온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정책 결정에 활용할지 명확한 기준을 내놓은 게 아직 하나도 없다"며 "어떤 식으로 '과학 방역'을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예를 들어 몸에 생긴 항체가 백신 덕분인지 감염 때문인지 정확히 가려내야 세부적인 방역 정책을 짤 수 있을 텐데, 이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또 항체값이 얼마 이상 나와야 감염으로부터 안전한지, 혹은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그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항체 발생 과정, 항체값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지역, 연령 등 여러 기준에 따른 항체 양성률을 파악할 계획이다"라며 "지역에 따른 방역 수준을 세부 조정하거나 병상을 추가 확보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