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의 솔크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플라스크를 보고 있다/김명지 기자

"그 사람이 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지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PT)도 할 수 있는 지도 봐요. "

1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솔크연구소. 이 곳의 루벤 쇼 분자 세포학 교수는 '인재 영입'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솔크연구소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솔크가 1960년에 세운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암·알츠하이머(뇌질환)·유전병 등 분야에서 미국 내 최고 바이오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 연구실 벽 없애고, 연구실 밖 휴식 공간 만들어

직전 대표인 엘리자베스 블랙번을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만 6명 배출했다. 이 연구소는 입사경쟁이 치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채용 경쟁률이 수백대일에 달한다. 솔크연구소의 연구원이면 '최고의 연구 실력은 검증됐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연구만 잘한다고 연구원이 되는 게 아니다.

쇼 교수는 "솔크연구소의 특징은 모든 연구원들이 협력을 한다는 것"이라며 "(채용 심사를 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지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분야 안에서만 연구하면 아무래도 자기 분야만 보게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벽을 없애서 공동 연구 범위를 넓혔다"라고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의 솔크연구소 전경/김명지 기자

다른 연구 기관들이 암 센터, 알츠하이머 센터, 당뇨 센터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건물이 따로 나눠져 있는 반면, 솔크는 연구소의 구분을 없앴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솔크연구소는 전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이런 구조는 각각의 연구실의 벽을 없애고, 연구실 밖에 휴식 공간을 만들면서 완성됐다.

6개 센터, 55개의 학부, 850여명에 이르는 연구원들이 서로 유연하게 협력하게 하자는 목적이라고 한다.이 곳에서 만난 한 교수는 "최고의 연구원들과 색다른 공간에서 최신 장비로 연구를 하면 좋은 연구 결과가 안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쇼 교수는 "샌디에이고의 온화한 날씨도 한 몫 한다고 본다"며 "보스턴은 날씨가 추워서 밖에 잘 나가지 못했는데 여기는 1년 내내 날씨가 좋아서 언제든지 연구실 밖에서 교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실험실에서 상업화'까지 첫 단추

솔크연구소는 지적 재산권과 기업과의 파트너링도 중요시한다. 단순히 실험실에 연구한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업화까지 지원한다는 뜻이다. 쇼 교수가 채용 조건에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쇼 교수는 "대중 앞에서 본인이 연구한 과학 기술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기술이 연구소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은 기업들로부터 철저하기 지켜준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솔크연구소의 루벤 쇼 교수/김명지 기자

암 대사를 연구하는 크리스티나타 월스 교수도 "기업에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을 하기 보단, 연구를 통한 협업을 주로 한다"며 "프로젝트 하나에 10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독특한 연구 구조는 솔크연구소가 재정적으로 독립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솔크연구소는 운영금 대부분을 정부지원금과 기부로 충당한다. 연간 운영비가 1300억 원 정도라면, 이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절반에 그친다. 나머지는 개인·단체 기부와 특허 사용료에서 나온다. 기업 투자는 거의 없다. 이 운영금은 고스란히 재투자돼 연구원들이 원하는 연구를 시간이나 비용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솔크연구소는 과거에 미 해군의 군사기지였다고 한다. 미군이 해변을 맞닿은 평평한 부지를 캘리포니아 대학들에게 기부했고,이 부지를 조너스 솔크가 확보한 것이 연구소의 시작이다. 이후 전세계에서 각 분야를 가장 잘 연구하는 6~7명의 교수를 모으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쇼 교수는 솔크연구소를 한 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진실을 찾는 끊임없는 노력(persistence, search for truth)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