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16일 우주로 다시 향하는 누리호는 국내 300개 기업의 기술을 한곳에 모은 집약체다. 설계부터 제작, 발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 과거 2013년 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1단 로켓 제작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었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으니, 우주 개발 시작 이후 한 세대 만에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갖게 된 셈이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현대중공업, 두원중공업 등 300개에 달한다. 참여 인원은 약 500명이다.

이번에 발사되는 누리호는 기존 정부 주도의 개발이 민간으로 넘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 80%에 해당하는 약 1조5000억원이 국내 기업에 쓰였다. 이는 2013년 나로호 개발 당시 국내 산업체 집행 금액(1775억원)과 비교해 약 10배 늘어난 것이다.

나로우주센터 누리호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고,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행했다. ▲체계종합(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 ▲추진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유도 제어·전자(7곳) ▲열·공력(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분야 참여 기업만 약 30개에 이른다.

누리호를 쏘아 올릴 발사대 역시 한국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건립했다. 앞서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에 쓰인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국산화 과정을 거쳐 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 개발 과정을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산업체 역량 강화 지원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자연스레 국내 기업의 기술력도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X

이미 해외에서는 기존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이를 뒤쫓는 ‘올드 스페이스’를 벗어나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각각 이끄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대표적이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도 있다. 이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 관광’ 사업을 진행했거나, 진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