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연구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녹십자 등 국내 백신 생산 기업들이 베트남, 부탄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백신 교육에 나섰다. 한국머크, 한국얀센 등 외국계 제약사도 교육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주는 등 도움을 주기로 했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함께 추진하는 백신 생산공정 교육 프로그램이 전날 연세대학교 인천 송도 캠퍼스에서 입교식을 가졌다. 한국형 나이버트(K-NIBRT) 사업단에서 진행하는 백신 생산공정 교육에 국내 백신 제조사와 외국계 제약사가 파견 강사 등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형 나이버트 사업단은 아일랜드 바이오 공정 교육기관인 '국립바이오전문인력양성센터(NIBRT)'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만든 교육기관으로 지난 4월 출범했다.

사업단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녹십자, 유바이오로직스, 한국얀센 등 제약사들은 프로그램에서 교육생들을 가르칠 강사를 파견한다. 한국머크, 사토리우스, 싸이티바코리아 등은 백신 생산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할 교육생 35명은 모두 개발도상국에서 일하는 공무원, 기업인, 연구원들이다. 이들을 교육해 자국으로 돌려보내 해당 국가 백신 자급력을 키우는 것이 사업단 목표다. 교육생들 국적은 동티모르, 라오스,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부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등 12개국이다.

아울러 사업단은 이번 교육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을 수월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전 세계 기업인, 공무원 등을 한국에 불러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한 뒤 돌려보내면, 그만큼 한국 제약업계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에 필요한 강사와 장비를 지원할 기업은 한국형 나이버트 교육센터장인 정진현 연세대 약학교수가 직접 섭외했다. 정 교수는 "제약사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들에게 교육 취지와 우리 사업단의 미래 계획 등을 설명하니 흔쾌히 수락했다"며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기업이 참여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교육생 35명을 대상으로 8주간 이뤄지는 이번 1기 교육에 이어, 오는 9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저소득국가에서 선발한 25명이 2기 교육을 받는다. 사업단은 매년 교육 프로그램 규모를 키워 2026년까지 연간 2000명의 교육생을 양성하기로 했다. 개도국 백신 인력 양성과 더불어 국내 제약사 신입사원 실무교육에도 해당 프로그램이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교육 프로그램 출범에 이강호 보건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추진단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단장은 앞서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을 2년간 역임하며 ADB, 월드뱅크 등 국제금융기구와 소통해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교육을 전담하고 ADB가 이에 필요한 재정을 전담하는 이번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교육생들이 8주간 한국에 머무르며 받는 각종 지원비도 ADB가 전부 부담한다.

이 단장은 "국내 제약사가 개도국에 제약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할 경우, 공장 건설 비용까지 ADB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며 "단순한 인재 양성을 넘어 현지 투자와 일자리 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단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