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 이훈기 기타비상무이사, 하종수 사내이사. /조선DB

롯데그룹의 '바이오 의약품' 자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임원 인사를 내정하며 진용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원직 상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하종수 롯데글로벌로지스 본부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이훈기 롯데지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다.

8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법인등기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는 이 대표를 포함해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대표이사는 롯데지주의 ESG경영혁신실 이원직 상무가 맡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 상무는 롯데에 영입된 후 경영혁신실 산하에 신성장2팀을 이끌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주도했다. 이 상무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직위를 상무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경했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분자세포생물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품질보증 및 품질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이후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 합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품질팀장과 완제의약품 사업부장 등을 맡았다. 롯데그룹은 5월 미국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미국 시러큐스시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바이오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이 대표와 함께 하종수 롯데글로벌로지스 SCM(공급망관리) 사업본부장이 롯데바이오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가 지난 2015년 현대로지스틱스(현대택배)를 인수해 만든 회사로 지난 2019년 3월 출범했다.

올해 48세인 하 본부장은 롯데로지스틱스 경영지원부문장과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지냈다. 물류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온 하 본부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자리를 옮긴 것은 롯데의 신 인사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올해 사내 구인 플랫폼인 인커리어(In Career)를 도입하면서 인재 육성에 경계를 허물었다.

이훈기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 상시 업무는 하지 않으면서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에는 관여하는 사내이사를 뜻한다.

이 부사장은 앞서 롯데의 헬스케어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기능식품과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솔루션 플랫폼 구축이 목표이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한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출신의 전략기획통이다. 199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롯데그룹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길 때 함께 이동한 대표적인 '롯데맨'이자 그룹 총괄 전략 책임자다. 롯데의 미래인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롯데의 전략 책임자인 이 부사장이 총괄하는 형태가 됐다.

다른 기타비상무이사로는 마코토 미야시타(宮下慎) 일본 롯데 경영전략부장이 선임됐고, 감사는 롯데지주의 백철수 상무보가 맡았다. 백 상무보는 롯데지주의 재무혁신실 수석을 지낸 재무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라고 불린 이봉철 전 롯데그룹 호텔&서비스BU장과 재무혁신실에서 근무했다.

이훈기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등기임원 4명은 모두 40대로 구성됐다. 앞서 롯데는 경영혁신실 산하에 신성장1팀(헬스케어)과 2팀(바이오)을 신설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40대 상무 팀장급 인사를 영입했다.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총괄본부장과 이원직 롯데바이오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인재 육성과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한 것과 일치한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원직 상무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40대 인사를 임원에 올린 것을 두고, 롯데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해 40대 젊은 리더들을 임원 승진 명단에 대거 포함시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단행한 2022년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1명과 6명의 상무 승진 인사에서 5명이 40대였다. 특히 여성, 외국인 등 과감한 세대교체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