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지난해 4월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병원을 세워 달라며 7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추진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오는 2027년 서울 중구 방산동 미군 공병단 부지에 들어선다.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신축할 계획이었지만 소음 기준 등에 맞지 않아 이곳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새 병원 부지를 미군 공병단 부지로 확정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바로 옆이다. 올 하반기 설계 공모를 거친 뒤 2024년쯤 착공해 2027년 완공된다.
국립중앙의료원도 같은 부지에 800병상 규모로 이전·신축할 방침이다. 종전과 비교해 부지 규모는 1.5배 정도 늘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총괄하며 감염병 환자의 다학제 진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중증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감염병 병상 배분과 조정, 권역 병원들 평가와 관리, 의료인력 교육과 훈련 등 국가적인 감염병 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7년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필요성이 커졌지만 부지 선정 절차 등이 지연되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고인의 유족이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족은 7000억원을 기부하며 세계 최고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세우는 데 써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당초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새 병원 건립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고인의 뜻을 반영해 병상 규모를 계획했던 100병상에서 150병상으로 확대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부지 선정 절차를 마친 복지부는 국방부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땅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2020년 말 한국 정부에 반환했다. 새로 문을 여는 병원이 서울의 중심인 중구에 세워져 기존 부지보다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정부는 또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고위험군의 검사와 진료, 치료제 처방을 하루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