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월 시행한 감기약 생산량 확대 조치를 두 달째 유지 중이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유행 감소세에 맞춰 이 조치가 풀리길 바라고 있다. 공장의 생산 능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 정부 요청으로 감기약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주력 상품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생산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아직 해당 조치를 해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식약처가 감기약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내린 조치가 지금껏 변동사항 없이 유지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14일 감기약, 진해거담제 등 코로나19 증상 완화 의약품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당 제품의 재고·공급량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식약처는 179개 제약사의 1655개 제품을 조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3월 당시 오미크론 유행 규모가 정점을 지나며 하루 확진자 수가 60만명을 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감기약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후 많은 약국에서 감기약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정부가 직접 나서 제약사 협조를 구했던 것이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줄어든 이후 정부는 각종 방역 정책을 풀며 일상회복을 진행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당분간 감기약 생산량 확대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행 규모가 감소했는데도 여전히 감기약 수요가 상당해 공급이 이를 완전히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며 "(3월에 시행한 조치를) 섣불리 해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앓는 소리'가 나온다. 공장에서 제품을 무한정 생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회사는 판매량, 수익률 등을 고려해 생산라인을 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약처 조치 이후 마진율이 낮은 감기약 생산량을 늘리고 다른 제품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감기약 등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마진율이 높은 회사 주력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한 경우도 있다"며 "그로 인한 비용 손실이 상당히 큰 탓에 회사도 여러모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감기약 판매량은 크게 늘었지만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경우 진해거담제인 '코푸시럽', '코푸정'을 올해 1분기에만 78억원어치 팔았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162%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5% 줄며 50억원을 기록했다. 일동제약 감기약 '테라플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62% 늘어났지만 회사는 총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감기약은 가격이 싸고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판매량이 급증해도 실적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또한 감기약 제품군을 갖고 있는데,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늘었다.
식약처는 제품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했던 건 협조 요청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제약사가 원한다면 언제든 감기약 생산량을 줄여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는 앞서 선정한 179개 제약사 1655개 제품의 재고·공급량을 매주 월요일 오전마다 보고받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손실 문제가 있다며 갑자기 감기약 생산량을 줄이면 현재로선 식약처가 곧바로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며 "아무리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한들 정부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