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욱 이엔셀 대표가 지난 4월 2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맞춤형 항암제 CAR-T는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CAR-T는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에 CAR(키메릭 항원수용체)를 붙여 특정 암세포에 결합해 이를 파괴하는 원리로, 쉽게 말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바티스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킴리아의 국내 첫 투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뤄졌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스핀오프(분사) 2호 기업인 '이엔셀(ENCell)'은 킴리아의 원료세포처리·공급을 맡아 킴리아 첫 투여 당시 화제가 됐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2011년 미래의학연구원을 설립해 융합의학, 재생의학, 정밀의학 등의 연구를 가속화했는데, 오랜 노력의 결과로 노바티스의 선택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CAR-T 치료센터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엔셀을 이끄는 장종욱 대표는 삼성서울병원의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운영책임자도 맡고 있다. 이엔셀은 첨단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더불어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다. CMO를 통해 수익을 내고, 이를 희귀질환약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게 장 대표의 목표다.

이엔셀은 현재 노바티스, 얀센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포함해 국내외 14개 제약사의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 대표를 서울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ㅡ 최근 노바티스 킴리아가 급여화되면서 거듭 주목받고 있다. 이엔셀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킴리아의 최종 완제품은 미국에서 생산된다. 이엔셀은 전체 공정에서 원료 세포 처리라는 일부분을 맡고 있다. 혈액 속에 있는 T세포를 수집, 가공하는 것인데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이 세포가 운반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현지에서 최적의 상태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보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ㅡ 그러면 이엔셀은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MO) 과정 중에서도 원료 세포 처리 부분에 특장점이 있는 회사라고 봐야 하나.

"그런 것은 아니다. 노바티스뿐 아니라 얀센과도 협업하고 있고, 이외에도 국내 12개 기업의 임상시험 의약품 생산을 맡고 있다. 노바티스의 원료세포 공급을 하는 것은 이엔셀의 여러 가지 CMO 사업 중 일부라고 보면 된다."

ㅡ CMO 사업에는 대기업도 뛰어든 상태다. 그런데 세계적인 제약업체들이 왜 이엔셀을 선택했다고 보나. 어떤 부분을 장점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킴리아 원료세포 위탁생산이 결정된 건 1년 반 전쯤인데, 당시 이엔셀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되고 인체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은 것은 우리가 네 번째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트랙 레코드다. 그동안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세포를 얼마만큼 많이 생산해봤느냐를 본다. 이 부분에 있어 국내에서는 이엔셀이 최고다."

ㅡ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킴리아 같은 CAR-T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고, 원료세포를 분리하고, 생산된 치료제도 투여가 가능한 병원과 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를 위해 오랜 준비를 해왔다. 이엔셀은 삼성서울병원의 스핀오프 기업이기 때문에 유기적인 협업을 할 수 있다. 지금은 국내 일부 다른 병원들도 관련 시설 등을 구축했지만 그 당시에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밖에 없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이엔셀은 한 몸이라고 보면 된다."

ㅡ 그래도 계약이 확정되기까지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을 것 같다.

"'Audit'이라는 실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만 6개월가량 걸린다. 이 과정에서도 많이 배웠다. 이엔셀이 큰 회사는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통과됐다."

이엔셀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 중인 모습. /이엔셀 제공

ㅡ 비결이 뭐였나.

"식약처는 미국이나 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세워뒀다. 이엔셀뿐 아니라 K-바이오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포치료제 분야는 한국이 세계에서도 앞서 있는 분야라고 본다."

ㅡ 그래도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경쟁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기업이 하는 CMO는 대부분 임상 등의 연구가 끝나고 품목허가까지 받은 약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약은 어느 정도 시장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쟁을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엔셀이 하는 CMO는 허가받은 제품은 거의 없다. 개발 단계에 있는 약이 대상이다."

ㅡ 아직 허가받지 않은 약을 위탁생산해도 상관없나.

"이 약들도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는 힘들다. 얼마나 팔릴지, 누가 성공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뛰어들겠나. 그렇지만 이엔셀은 삼성서울병원 덕분에 소규모 임상도 많이 할 수 있다. 이 시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엄청난 약들이 나올 수 있다."

ㅡ 위험성이 너무 크지는 않을까.

"당연히 위험성도 있다. 그렇지만 틈새시장이기에 가능성도 있다. 이엔셀은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약을 만들어 보고, 이 중에 잘 되는 것을 가지고 갈 것이다. 이엔셀은 신약 개발과 CMO 두 분야를 갖고 있는데, CMO만 보면 이미 이익이 나고 있다. 바이오 벤처라고 해서 미래의 가치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기술이 있으면 그 기술로부터 매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종욱 이엔셀 대표가 지난 4월 2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ㅡ CMO를 통해 돈을 벌고 이를 신약 개발에 쓰겠다는 건가.

"그렇다. 신약 개발만 하려고 했으면 기술 이전을 했을 것이다. 창업은 안 했을지도 모른다. CMO를 하다가 정말 괜찮은 약을 발견하면 클라이언트의 지분을 가져가거나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을 같이 할 수도 있다."

ㅡ CMO 누적 매출액은 얼마나 되나.

"창업 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누적 매출 63억원을 달성했다. 올 한해의 예상 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ㅡ 뒤센근위축증 등 희귀질환 치료제의 국내 임상도 진행 중이던데. 희귀질환 약을 개발하고자 한 계기가 있었나.

"희귀 질환은 시장이 작아서 돈만 벌 생각이라면 뛰어들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약이 없어서 치료를 못 하는 분들도 많지 않나. CMO를 통해 돈을 벌고 희귀 질환 신약 개발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ㅡ 대의적인 목표 이외에 회사에도 도움이 돼야 하지 않나.

"보통 약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기까지 8~10년이 걸린다. 그런데 희귀 질환의 경우 조건부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어서 2상까지 완료하면 된다. 3~4년가량 단축되는 셈이다. 절차를 간소화해서 환자분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제도인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이엔셀 입장에선 우리의 기술력을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나중에 더 큰 시장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ㅡ 희귀질환 중에서도 뒤센근위축증과 같은 근육질환 치료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선 이 약은 줄기세포 치료제다. 이엔셀은 기존에 있는 줄기세포 배양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연구를 지속해왔고 지금은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확립돼 이를 'ENCT'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건 줄기세포 배양 기술일 뿐이고, 이를 이용해 어느 질병에 잘 쓰일지도 봐야 하지 않겠나. 7~8년을 조사한 결과 근육에 효과가 좋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ㅡ 처음부터 질병 자체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근육에 효과가 좋다는 것을 먼저 발견했다. 약을 먼저 찾은 뒤, 약에 맞는 질병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근육을 잘 보존하고 치료하는 약은 꾸준히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이 그냥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

ㅡ 시리즈 B까지 투자를 받았던데.

"그렇다. 시리즈 B까지 누적 투자 357억원을 받았다. 특히 시리즈 A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거의 그대로 시리즈 B에 참여했다. 이 부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잘 받아 다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