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지난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인터뷰했다. 김 교수가 회전근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지 기자

지난해 말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병원에서 퇴원해 5년 만에 국민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수감된 이후 여러 병고에 시달렸다. 지난 2019년 9월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78일 동안 입원했다. 어깨 관절 부위를 덮고 있는 근육인 회전근개가 파열돼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당시 어깨 수술을 직접 집도한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수술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도 "수술 없이 (소염진통제 등을 사용하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힘든 상태였다"고 말했다. 회전근개파열 복원술은 수술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짧지만, 한 달 이상은 수술한 어깨를 사용할 수는 없고 반드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그 정도로 급박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어깨 질환은 대부분 많이 써서 생기는 병이지만, 체질적으로 어깨가 약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오른쪽 어깨 회전근이 파열되면 반대편도 좋지 않은 식이다. 인체 구조에서 팔을 올리고 돌리고 하는 과정에서 어깨뼈와 힘줄이 부딪히면서 염증이나 통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생긴 통증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병이 나빠져 만성화될 수 있다. 대한견주관절학회 회장인 김 교수는 "그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깨관절과 관절경전문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다수의 학술상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활발한 연구와 학회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프랑스 견주관절학회에서 어깨 관련 수술법 강연을 한 첫 한국인 교수이기도 하다.

가톨릭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 뉴욕 장로교 병원(New York Presbyterian)에서 연수를 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설명을 잘해 주는 '친절한 선생님'으로 꼽힌다. 제11회 '어깨 관절의 날'을 맞이해 김 교수를 지난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최근 골프 인구가 늘면서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급증세다"라고 말했다.

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술한 의사로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 수술 당시를 말해줄 수 있나.

"의사가 환자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그 당시) 여러 보존 치료 끝에 수술을 한 것은 맞다. 지금은 다 좋아지신 것으로 안다."

一 회전근개파열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것이다. 대부분 회전근개 파열 환자들의 원인은 다쳐서(외상)가 아니라 퇴행성이다. 다쳐서 오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다고 오는 것도 아니다. 체질적인 면도 있다. 퇴행성 질환이라는 것도 어깨를 그만큼 많이 써서 생긴다고 봐야 한다."

一 최근 회전근개파열 등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사이 어깨 질환 건수가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아마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어깨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어깨 통증 정도는 대부분 진통제 맞고 참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시절이 아니지 않나. 골프 등 레저 인구도 크게 늘었다. 어깨가 아프면 골프 치기 힘들지 않나."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지난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인터뷰했다. 김 교수가 회전근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지 기자

一 어깨 질환 분야 치료는 선진국이 발달한 것으로 들었다.

"정형외과에서도 어깨 분야는 선진국이 발달돼 있다. 대표적인 국가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미국 등이 꼽힌다. (김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연수를 받았다.) 세계적인 대가 빌리아니 교수가 지도교수였다. 한국 의사로는 두 번째로 연수를 받았다."

一 회전근개파열은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나.

"의사마다 견해가 다르다. 개인적으로 수술은 가장 마지막 카드라고 본다. 보존치료에도 크게 2가지가 있다. 대증치료, 즉 증상을 완화시켜 안 아프게 하는 치료다. 지금까지는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환자가 아프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대증치료가 발달했다. 또 하나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보존치료도 있다. 대증치료도 중요하지만 근본치료는 더 중요하다."

一 수술 없이도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건가.

"근본적 치료는 수술인 것이 맞다. 그런데 200명의 회전근개파열 환자를 2년 동안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추적조사를 했더니, 이 가운데 24%는 힘줄파열 상태가 나빠졌고, 67%는 그대로 유지됐고, 6.8%는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6.8%는 끊어진 힘줄이 붙었다는 것이다."

一 하지만 사람 힘줄은 저절로 붙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 아닌가.

"그건 맞다. 의대 교과서에는 지금도 힘줄은 저절로 붙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건 10년 전의 얘기다. 보존치료로 근본치료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3년 전부터 어깨 힘줄에 콜라겐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를 시도했다. 힘줄의 90%가 세포외기질이라는 데 착안했다. 세포 조직은 세포와 세포외기질로 나눈다. 콜라겐은 세포외기질에 해당한다. 콜라겐이 세포 주변을 감싸는 집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一 효과는 어떻게 나왔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6.8%, 좋아진다고 했는데, 콜라겐을 주입했더니 37.6%까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콜라겐 주입 이후 2주 동안 주사를 맞은 부위가 뻐근하게 통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삼아 내 팔꿈치에 주입해 봤는데 꽤 아프더라. 그래서 환자들에게 통증이 있을 수 있다고 사전고지한다."

一 콜라겐 직접 주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통증과 병변의 악화가 비례하지만 어깨는 그렇지 않다. 부분파열보다 완전파열되면 덜 아프다. 어깨는 중추신경과 가까워서 조회전근개가 조금만 파열되어도 정신없이 아프다. 그런데 아예 파열돼 버리면 움직이지 못하니 통증이 줄어든다. 이렇게 증상과 병변이 달라서 복잡하다. 너무 아파서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통증이 사라지니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도 있다.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2020년 프랑스 학회에서 수술법을 강연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그렇게 되면 실제 병환은 나빠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근본적 치료를 계속 고민했다. 콜라겐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힘줄의 구성 성분이 세포외기질이고, 콜라겐은 세포외기질이다. 그리고 성형외과에서 콜라겐을 주로 쓰길래, 어깨에도 한번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국내 개인병원이 콜라겐 주사를 과용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一 해외에서도 이런 기법이 쓰이고 있나.

"해외에서 인체에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콜라겐 제품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시작했다. 해외에서 쓰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은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았다. 미국은 아직 시도가 없지만, 올해나 내년쯤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一 해외 대학에서 강연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콜라겐 주입 치료는 아니고, 이두근 재배치 수술법으로 해외 초청을 많이 받았다. 2017년 첫 발표한 수술법인데, 2020년 2월 15일 프랑스 학회 초청으로 강연을 다녀왔다. 코로나 대유행이 막 시작한 시점이라 마스크도 쓰지 않았던 때다. 프랑스는 정형외과 어깨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나라다. 세계적인 학회에 초청된 것이라서 영광이었다. 아마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강연한 것으로 안다. 요즘에는 줌으로 강의를 많이 한다. 싱가포르와 터키 강의는 줌으로 했다."

一 해외 대학에서 배우겠다고 오는 의사들도 있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사 4명을 우리 병원에서 펠로우연수를 받고 있다. 한 해 두 명씩 1년 연수 프로그램으로 받는데, 2020년 코로나로 연수가 중단돼 작년에 4명이 한꺼번에 오게 됐다."

一 한국 의료가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수가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미용실 원장님도 실장보다는 더 받는데, 의대는 다르다. 특진비가 폐지되면서, 대학 교수 진료비나 펠로우 진료비나 다 똑같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一 어깨 질환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런 사람들도 진료비는 동일한가.

"중견 기업 회장님도 진료를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유명 연예인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진료비는 다 똑같이 받는다. 대신 치료가 잘 됐다고 거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하."

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형외과 의사가 되셨다. 의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도 했다. 그 과정을 모범적으로 이뤄내서 선진국 레벨까지 올라왔다. 그렇다면 이제 글로벌 넘어(Beyond Global)로 가야 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로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스마트폰이란 것을 만들진 않았다. 스마트폰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낸 건 훈민정음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

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없는 길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풍차를 괴물로 알고 공격하는 돈키호테처럼 자꾸 시도해야 한다. 너무 정답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정답'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정답을 찾는 것은 한국 의사들이 최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전혀 다른 문법과 길을 만들어야 한다. 계속 남들 뒤만 따라가 봤자 2인자로 머문다. 헛된 길로 기억될지라도 그렇게 시도하는 것이 1등이 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