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직장인 김모(36)씨는 요즘 회사에 가기가 두렵다. ‘샤이 오미크론(숨은 감염자)’이 곳곳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는 상사가 마스크도 안 쓰고 회의를 한다든가 탕비실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속만 끓이던 중, 김씨는 코에 뿌리는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국을 찾아 헤맸다. 그는 “약국 두 군데는 품절이었고 한 곳에 딱 두 개가 남아있어서 모두 사왔다”고 했다.
14일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의 일상회복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4만8443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7일 22만4820명보다 7만6000명가량 적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기업들도 완화된 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재택근무 비율을 줄이고 대면회의나 출장 등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재택근무가 끝나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회활동이 늘어날수록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는데 곳곳에 샤이 오미크론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각종 약품과 의료기기를 상비해두고, 민간요법까지도 공유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제품은 한미약품 콜드마스크, 한국먼디파마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등이다.
이 제품들은 코로나19 전용으로 나온 것은 아니어서 효능이 완벽하게 검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 콜드마스크는 코안 쪽에 보호막을 형성해 호흡기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한 것이고, 베타딘은 인후염으로 인한 목 통증을 가라앉힌다. 그러나 김씨는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도 자가검진조차 거부하는 샤이 오미크론이 많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을 구입해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콜드마스크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100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콜드마스크의 주성분인 람다카라기난(λ-carrageenan)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가 출간하는 SCI급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기도 했다. 다만 이 연구는 시험관 내 세포 실험을 통해서만 나온 결과다.
최근 한미약품은 오스트리아 생명공학 회사 마리노메드 바이오테크(Marinomed Biotech AG)와 손잡고 스프레이형 코로나19 예방약을 국내에 독점 판매하기로 했는데, 이 약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거쳐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카라기로스(Carragelose)라는 성분을 코에 분사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성분의 스프레이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에 뿌리는 코로나19 예방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품이 상용화되면 선제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의약품은 상온 보관이 가능해 제조 및 유통이 쉽고, 다회 투여 제형으로 여러 번 사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