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26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첫 반입됐다. 전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화이자 백신 5만여명 분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작년에 국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5000만여회분. 올해 도입될 물량만 해도 6000만회분에 이른다.
코로나19 백신 특수로 화이자의 국내 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이 작년 한해 1조 6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해외에서 만든 약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방식으로, 글로벌 본사에만 수익을 안겨줬단 계산이 나온다.
◇ 한국 화이자, 작년 매출 90%가 매출 원가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3919억원)과 비교해 4배 가량 늘어난 늘어난 1조694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2020년 72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59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작년 매출만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통틀어 3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특수를 누린 SD바이오센서(2조9314억원)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을 하는 셀트리온(1조8900억원) 다음이고, 유한양행(1조687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5680억원), GC녹십자(1조5378억원) 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이 회사의 매출 원가는 1조5227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매출원가율)이 약 90%에 육박했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은 미국과 벨기에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전세계에 보급됐다. 국내에 들여온 백신은 대부분 벨기에 퓌르스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판관비는 1120억원으로 예년(1053억원)과 비슷했고, 사회공헌활동(CSR)비는 4억 여원에 머물렀다. 한국화이자가 벨기에 공장에서 만든 백신을 국내에 팔아서 1조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올려놓고, 국내 투자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 코로나 백신 치료제 없는 기업 매출 급감
지난 2020년 국내 다국적 제약사 중 실적 2위를 기록했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작년 매출은 6554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2020년(4980억원)과 비교해 31.6%, 영업이익은 241억원에서 260억원으로 7.9%늘었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2020년 국내 매출 1위였던 한국노바티스 매출은 5442억원으로 3위로 주저앉았다. 한국로슈는 2020년 국내 5위에서 2021년 6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매출은 4439억원에서 3439억원으로 22.5%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20억원에서 696억원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를 본받아 정부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지만 끝까지 완주를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2020년 3월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손잡고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백신 개발을 시작해 2020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는 2021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