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기간을 현행 7일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오미크론(BA.1)보다 전파력이 최대 50%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우세종이 된 가운데 이 둘을 조합한 변이인 'XE'가 해외에서 발견되면서 새로운 유행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격리기간 단축에 따른 사회 경제적 이익보다 감염병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 "격리 단축, 사회기능 마비 방지 위한 노력"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5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격리 기간 단축 검토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단축한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확진자 격리 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모두 있다"며 " 바이러스가 (격리 해제 후에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사회 기능 마비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검사일로부터 7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자가 격리 기간을 5일로 단축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행 격리 기간이 사회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BCP(업무연속성계획)를 수립하고, 의료인이 감염될 경우 격리 기간을 최단 3일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한 상태다.
재택 치료가 일상화되면서 차라리 격리 기간을 줄여 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것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낫다는 주장도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4일) "일반 진료 체계로 완전히 돌아서기 위한 대면 진료 부분을 고려해 재택 치료기간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XE 변이'를 고려하면 이런 조치는 또 다른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19일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XE 변이는 지난달 29일까지 두 달 동안 영국에서 600여 명 감염자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 대만, 태국에서도 XE 확진자가 나왔다.
◇ 재조합 변이 'XE' 확산 조짐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XE의 전파력은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10%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델타와 오미크론의 재조합 변이인 델타크론(XD, XF)까지 나타난 상태다. XD는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에서 49건 발견됐고, XF는 영국에서 39건 발견됐다.
정부는 XE나 XD, XF 변이가 방역 전략을 바꿀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 변이가 국내에 유입됐다는 보고도 아직 없는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공항 검역 절차가 줄어들면서 XE변이의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라고 본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은 전장 유전체 분석을 많이 하는 만큼 신종 변이 등장을 빠르게 알아채기 때문에 변이가 유행 상황에 미치는 영향력도 먼저 파악한다"며 "영국과 한국 사이 이동량을 감안하면 국내에 이미 XE 감염자가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XE 변이가 유입되면 국내 감염자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XE 변이가 국내에 들어오면 오미크론 감염을 겪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 사례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감소세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격리기간을 줄여서 얻는 사회경제적 이득보다, 격리 기간 단축으로 감염병 유행이 다시 시작될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견해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각종 연구를 보면 확진 이후 5일째 되는 시점에서 몸에 남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양은 30% 정도"라며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이면 그만큼 감염자가 늘면서 사회가 원상 복구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올가을쯤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김남중 교수는 "영국 등에서는 올가을이나 겨울쯤 새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한 달에 약 2만개의 코로나19 변이가 생긴다"며 "이들 중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낮아 생존하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