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화이자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2만1000명분을 수송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질병관리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올해 하반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100만명분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다”는 업무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가 코로나 사망자가 하루 수백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사망자를 줄이는 정책 핵심은 먹는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자, 소관부처인 질병청이 보조를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1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청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업무보고에서 위중증환자 관리 의료체계 방안 등을 설명하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다. 질병청은 앞서 통의동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정부에 더 많은 양의 팍스로비드를 더 빨리 국내에 들여올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며 “그러자 질병청에서 화이자와 팍스로비드 100만명분 추가 구매와 관련한 협상 중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화이자와 진행 중인 먹는 치료제 추가 계약 물밑 협상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가 물량 도입을 사전에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인수위 재촉으로 협상이 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수위가 제안한 해외 주요국과의 ‘팍스로비드 스와프(교환)’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3월 들어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수백명씩 나오면서 정부가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팍스로비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공급하는 것은 인수위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화이자에 로열티를 내고서라도 ‘팍스로비드’의 복제약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하자”며 “(그러면) 치료제가 부족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확보한 먹는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96만2000명분과 라게브리오(MSD) 24만2000명분 등 총 120만4000명분이다. 지금까지 국내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25만2000명분으로 총 계약 물량(96만여명분)의 30%에 못 미친다.

지난달 31일 4만5000명분이 국내 들어왔지만 최근 확진자 폭등으로 매일 5000~7000명에게 팍스로비드가 처방되면서 곧 재고가 바닥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약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호소가 나왔다.

그러자 인수위에서는 화이자와 개별 접촉해 4월 중에 들여오기로 한 팍스로비드 27만여명분 가운데, 22만2000명분을 이달 초에 앞당겨 받기로 했다. 코로나대응특위 위원인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전날 회의에서 “현재 (팍스로비드를 실어 올) 비행편을 알아보고 있고, 제일 빠른 비행편으로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팍스로비드 투여 대상은 60세 이상과 40~50대 기저질환자, 면역 저하자로 국한돼 있다. 의료계에서는 중환자를 줄이려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를 외래 처방할 수 있게 해주고 재택치료 중 처방 시스템도 간소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