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세가 정점 구간을 지나면서 하루 62만명을 넘어갔던 확진자 규모 또한 고점 대비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는 유행 상황이 조만간 본격적인 감소세에 진입하면서 4월 중하순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가 오미크론 확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다.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 확산세 정점까지 걸린 시간은 2개월. 다만 단기간에 감염자 수가 폭증하며 생긴 자연면역 등으로 확산세 저점까지는 2개월보다 적게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반면 스텔스 오미크론 영향과 신규 변이 등장 가능성 때문에 유행 추이가 '긴 꼬리' 형태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 "4월부터 확산세 본격 감소할 것"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42만4641명이다. 지난주 같은 요일(49만881명)보다 6만6240명 줄어들었다. 확진자 규모가 최고점에 도달했던 지난 16일(62만1266명)보다는 19만6625명 감소했다.
본격적인 유행 규모 감소세는 4월부터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 규모가 최고점에 비해 줄긴 했지만 지금은 감소세라기보단 정점 구간을 오르내리는 시점이다"라며 "확산세가 두드러지게 꺾이는 시점은 4월 이후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부 시각도 이와 유사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환자 증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감염 재생산지수가 3월 중순 1.3에서 지난주 1.01로 낮아졌다"며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또 최근 정부는 국내외 11개 연구 기관의 확진자 발생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 6개 기관은 오는 4월 6일까지 확진자 규모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4개 기관은 4월 20일 전에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밑도는 수준까지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 유행 규모 '바닥' 언제?…전문가 의견 나뉘어
다만 확진자 수가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는 데 걸릴 시간을 두고서는 전문가들 예측이 나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두 달도 안 돼서 1000만명 넘는 사람이 감염된 결과 자연면역이 빠르게 형성되는 중이다"라며 "여기에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전파력이 점점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확산세 저점이 2개월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200만명 수준인데, 이중 1000만명 이상이 지난 50일 사이에 확진됐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전체 국민 20%가 감염을 경험한 것이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야외활동이 늘고 실내 밀집도가 떨어지는 봄과 여름에 전파력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검출률이 50.3%를 기록하며 우세종화 한 것은 지난 1월 셋째주. 그로부터 2개월 후인 3월 셋째주에 확산세가 정점에 도달했다. 당시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0만4619명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반면 스텔스 오미크론(BA.2) 영향으로 적게는 3개월, 많게는 4개월이 지나야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라앉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BA.2는 기존 오미크론(BA.1)에 비해 전파력이 30~50%가량 높다고 분석된다. 현재 국내 BA.2 검출률이 50%를 넘으면서 우세종화 된 상태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확산세 정점 구간에 스텔스 오미크론 우세종화가 맞물렸기 때문에 감염자가 늘면서 감소세도 길어질 것"이라며 "유행 규모가 몇천명대로 가라앉으려면 3~4개월이 지나 초여름쯤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신종 변이 나오면 유행 더 길어진다"
감소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신종 변이가 등장해 다시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 특성이 변이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4~5월 사이 새로운 변이가 유입된다면 감소세가 지속될 것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도 "변이 발생 확률은 매달 평균 30%임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일관되게 유지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중환자·사망자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감염병 유행 규모가 저점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건 당분간 일정 수준 이상의 확진자와 중환자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는 의료체계에 장기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든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진료센터 신청 대상을 모든 병·의원으로 늘렸다. 확진자들이 집 주변 의료기관에서도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서 중환자 발생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동네 병·의원이 외래진료센터가 된다는 건 해당 의료기관 의사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계에선 참여율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외래진료센터에 자원한 병·의원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안전장치나 보상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전국 외래진료센터 개수는 총 279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