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8시 30분. 삼성바이오로직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인천 연수구 글로벌캠퍼스 공연장에 투자자들이 발걸음했다. 주주총회 온라인 중계와 전자표결을 도입했고, 인천까지 꽤 먼 거리에 하루 수십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날 현장을 찾은 주주는 150여명에 달했다.
행사장 내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참석자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행사장 내 좌석 수를 급히 늘렸고, 일부 주주는 주총장 벽에 기대서 총회에 참석했다. 백팩을 멘 20~30대 젊은 투자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여건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수주 확대와 3공장 가동률 상승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4공장 건립 현황 등을 설명하며 "세계 최대 규모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은 총 62만L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돼 글로벌 위탁생산(CMO) 1위 입지를 굳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멀티모달 형식의 5공장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제2바이오 캠퍼스에 항체의약품 대량 생산시설 및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글로벌 생산능력 1위 자리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1034만1852주)를 23억달러(약 2조7655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내용도 언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에피스 지분 매입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존림 대표는 "총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수익성 확대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며 "2025년 이후 현금배당 실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존림 대표 인사말 이후 주총 안건이 차례로 올라왔다. 대부분의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경영 성과에 만족한다고 반응했다. 일부 참석자의 고성이나 막말도 없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이사 보수한도 150억원으로 지난해와 동결한 것은 주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 주주는 "지난해 꽤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 이사 보수한도를 동결한다니 주주 입장에서는 만족한다"며 "효율적으로 아껴 사용해서 더 좋은 실적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주주의 발언이 끝나자 호응하는 목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처리한 안건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박재완 전(前) 기재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이창우 서울대 명예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처리됐다. 일부 기업지배구조 관련 단체에서 박 전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했지만, 큰 잡음 없이 통과됐다. 이날 참석 주식은 6104만4080주,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92.34%로 모든 의안에 찬성표가 과반을 넘어 통과됐다.
주총을 마친 후 한 주주는 이날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선 "박 전 장관은 행정 경험이 매우 풍부한 인사다"라며 "삼성 정도 되니까 저렇게 훌륭한 분을 모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주주는 "제약은 일종의 규제 산업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 한 번의 승인 거절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현장을 찾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다만 지난해 행사장 로비에 등장했던 회사 소개 내용을 담은 대형 판넬은 올해 설치되지 않았다. 주주들에게는 대신 회사 연간 실적을 소개하는 책자가 배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해 한 해를 거치면서 회사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미국 모더나사(社)의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백신 위탁생산을 계기로 회사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는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전자투표를 포함해 모두 1530명이 참석했다. 위임을 받아 참석한 주주는 675명이었고, 직접 참석하거나 전자표결에 참석한 주주는 855명으로 나타났다. 한 주주는 "지난해 경영성과에 만족한다"며 "주가도 꽤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4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이날 현재 8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