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25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주가 오를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세요.”

25일 제약·바이오업계 상장사 주주총회가 20개 이상 몰린 ‘슈퍼 주총데이’에서 주주총회장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슈퍼 주총데이란 상장회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3월 말 특정일에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날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068270) 정기 주주총회의 경우,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한 소액주주는 “주가 35만원이 될 때까지 기우성 부사장과 서진석 의장은 최저임금만 받고 근무하라”고 외쳤다. 서 의장은 퇴직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16만6500원이다. 지난해 1월 12일 38만4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 반토막 난 상황이다.

기 부회장은 “종합적으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기 부회장은 “경영자로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소각 요구에는 “회사가 미래 비전을 달성하고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재원이 필요하다”며 “자사주 소각으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씨젠 정기 주주총회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앞서 씨젠 창립자인 천종윤 대표는 지난해 연봉으로 급여 14억6900만원과 상여 15억3100만원, 기타 근로소득 30억 원을 포함해 총 60억원을 받았다. 주가가 기존 최고가(16만1926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이지만, 주총 현장에서는 대표이사의 보수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날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들은 50명 안팎이었으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을 처리하는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5일 오전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가 일동제약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일동홀딩스 또한 이날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재무제표 승인, 이사·감사 선임 등 부의 안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도 전날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1시간 정도 만에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연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25개에 달한다. ‘셀트리온 3형제’라 불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더불어 씨젠, 휴온스, 종근당, 일동제약, 광동제약, 보령제약, 부광약품, 신풍제약 등 여러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같은 날 일제히 주주총회 일정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