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의 신개발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연합뉴스

정부가 이번 주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10만명분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24일까지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그동안 안전성과 과학적 유효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4개월째 승인을 보류해왔다. 몰누피라비르가 기형·암 유발 등의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주로 쓰되, 그럴 수 없는 환자에게 몰누피라비르를 보완적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처방하기에는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고 국민정서상 기피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1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고위험군의 경우, 5일 이내 투약 등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병용금기 약물 문제나 신장·간 기능이 떨어져 복용 주의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팍스로비드를 대체할 머크의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에 복용해야 입원 및 사망률을 89%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팍스로비드 물량은 선구매량(76만2000명분)의 21.4%인 16만3000명분이다. 이 중 8만7000여명을 투약했으며 보유 재고량은 7만6000만분으로 약 2주 정도 사용 가능한 물량이 남아있다. 팍스로비드 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급하게 몰누피라비르 도입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강력하게 몰누피라비르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도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복제 과정에서 정상적인 리보핵산(RNA)을 대신해 결합해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작용기전을 갖는데, 이 과정에서 DNA 돌연변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구토 등의 일반적인 약의 부작용과는 다른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며 "세포의 유전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 시 삽입됨으로써 이들 DNA 곳곳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암을 유발하거나 선천성 유전질환,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이어 "유전체 미토콘드리아 DNA에 변이가 끼어들어가면 이 독성이 단기간에 빠지는 게 아니라 평생 몸에 남는다"며 "머크가 임상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남성은 투약 기간 중 성관계를 피하거나 피임을 해야 하고 여성은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이 아니어야 한다며 제한을 둔 이유도 위험성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머크 측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배제하는 건 매우 교과서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설 교수는 "유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체치료제나 화이자, 로슈 등은 그런 조건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머크가 돌연변이 유발 등의 잠재적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의 물량이 공급된다고 해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약은 시중에서 쓰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부작용을 고려하고 몰누피라비르를 쓰기에는 효과가 너무 낮다"며 "환자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누구는 팍스로비드, 누구는 몰누피라비르 처방은 도의적으로 불공평하다. 차라리 처방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앞서 머크는 입원·사망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50%에서 30% 수준으로 수정 발표했다.

또 다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차라리 현재 중증환자에게 쓰고 있는 렘데시비르(정맥주사형 치료제)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병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면서 "국민 정서상으로도 선호하는 약이 생길 수밖에 없고 세금을 낭비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1명분은 530달러(약 63만원)인데 비해 몰누피라비르는 700달러(약 83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