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숨 고르기를 했던 미국 내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오리지널 신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복제약을 시장에 빨리 선보이는 회사가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도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둔 기존 글로벌 제약사 역시 가격이나 편의성을 개선한 후속약을 내놓으면서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특허 만료 앞두고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신규 진출
15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로슈가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Lucentis)'의 독점권을 상실하면서 올해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을 펼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를 오는 6월 미국에 선보인다. 루센티스는 전 세계에서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다. 지난해 6월 미국 내 물질특허가 만료됐는데 올해 1월 투여 빈도수를 줄인 후속약 '바비스모'를 추가로 승인받는 방법으로 수요를 감당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바이우비즈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미국 BMS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사한 효과를 내는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의 첫 번째 제네릭이 올해 3월 미국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레블리미드는 매출 128억달러(약 16조원)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이다. 레블리미드의 특허는 2027년에 만료되지만 제한된 양으로 판매 허용하는 합의를 통해 2022년 3월 이후엔 타사 제네릭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처음 내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총 34개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받았다. 화이자(7개), 삼성바이오에피스·암젠(5개), 마일란·산도즈(4개), 셀트리온(3개) 순이다. 이외에 최근 들어 일라이릴리, 코헤러스바이오사이언스, 암닐파마슈티컬즈 등 다국적기업이 앞다퉈 시장 진출을 하고 있다.
◇ '특허 장벽' 세워 방어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제형특허, 조성물 특허, 용도특허, 제조방법 특허 등 일명 '특허 벽'(patent walls)'을 세워 경쟁사 진입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위 12개 약물 중 절반 이상이 100개 이상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신약은 특허보호기간 이외 임상시험 및 신약허가신청(NDA) 승인 과정에서 지난 특허 독점권을 인정받아 승인 후 5년까지 제네릭 의약품 신청(ANDA)이 어렵다.
글로벌제약사 애브비의 '휴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물질특허가 2016년 12월 종료됐지만, 100개 넘는 후속 특허를 등록하며 만료 기간을 연장했고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대적할 상대가 없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애브비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출시 연도를 모두 2023년으로 합의한 상태다.
미국 제네릭 의약품 시장진입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는 제네릭 진입을 막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써왔다"며 "희귀의약품이나 신규 항생제 지정 등 FDA로부터 다른 규제 독점기간을 획득해 제네릭 경쟁을 막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에서 임상 1상부터 FDA 승인까지 신약 개발에 걸린 기간은 평균 12.5년으로, 2010년 대비 약 26%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약개발 성공률도 11.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