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대표적인 공매도 타깃 종목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오는 18일부터 유한양행, 환인제약, 고려제약 등 3개사를 시작으로 2주 동안 제약·바이오 업계 주주총회가 열린다. 일정을 공개한 회사 절반 이상이 이달 넷째 주 금요일인 25일(25개사)과 29일(17개사)에 주주총회를 개최해 '슈퍼 주총데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결산 배당을 실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중 절반 정도는 지난해보다 많거나 비슷한 규모의 주당 현금배당을 책정했다.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자 주주 친화정책을 요구하는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따른 것이다.

보령제약·한독·대원제약 등은 오너 3~4세가 사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후계 구도를 안정화 시키는 반면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예상되는 곳도 있었다.

◇ 제약·바이오 37곳, 1967억원 규모 현금배당 실시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풍성한 현금배당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2022년도 '현금·현물배당결정' 내용에 따르면 주당 배당금을 가장 많이 올린 기업은 GC녹십자로, 지난해 주당 1500원에서 올해 주당 2000원으로 확대 배당한다.

배당금 총액으로는 유한양행(000100)이 대형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았다. 올해는 지난해 249억원 대비 4.4% 늘어난 260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이 밖에도 GC녹십자 228억원, 종근당(185750) 112억원, 경동제약(011040) 109억원, 삼진제약(005500) 98억원, 동국제약(086450) 80억원, JW중외제약(001060) 73억원, 부광약품(003000) 68억원, 대웅제약(069620) 66억원 순으로 배당금을 많이 책정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실적을 개선하고 몸집을 키웠던 씨젠 역시 대형제약사에 버금가는 수준의 현금배당을 한다. 206억원 규모의 추가 현금배당을 하며 이번 배당으로 약 17만명 개인주주가 배당금을 나눠 받게 된다.

주가 부진에 주주들이 불안해하자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 부양을 노리겠다는 회사도 있다. 고점 대비 주가가 ⅓ 수준인 씨젠은 현재 충분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지난 4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자사주 취득을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800억원, 9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HK이노엔도 24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한다.

◇ 오너 3세 등기이사 '경영 데뷔'

이번 주총에서는 오너 3~4세들의 경영 참여 선언이 예정돼 있다. 보령제약, 한독, 대원제약 등의 오너 3세들이 사내 등기이사로 잇따라 이름을 올린다.

보령제약은 오너 3세인 김정균(37) 보령제약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김 사장은 보령제약그룹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자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2014년 보령제약 입사 후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보령제약은 오너경영인 김정균 사장·전문경영인 장두현 사장의 2인 대표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한독과 동화약품의 오너 3~4세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한독은 24일 주총에서 창업주 3세인 김동한(38) 경영조정실 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김 이사는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영진 회장의 장남이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38) 부사장과 삼일제약 허승범 회장의 동생 허준범 상무도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한다.

수장 교체 소식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김민영·박재홍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대표이사인 엄대식 회장과 한종현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대표는 동아에스티의 경영 전반을, 박 대표는 연구개발(R&D) 분야를 맡아 전문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종현 전 동아에스티 대표는 동화약품으로 옮긴다. 오는 30일 동화약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화장품, 의료기기 등 비제약 부문을 담당한다. 제약 부문은 현 유준하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최용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이 예상된다. 현 장홍순, 최용주 공동 대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최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명단에 오른 반면 장 대표는 오르지 않았다. 한미약품 우종수 공동 대표이사는 이달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