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개학을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교육지원청 직원들이 각 학교로 배부할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분류 및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14일부터 병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RAT⋅자가검사키트) 양성을 받으면, 코로나19 확진자로 간주하기로 했지만, 진단검사전문가들 사이에는 확진자 급증과 맞물려 정부가 신속항원검사 제품을 무더기 승인하는 바람에 제품 성능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조선비즈가 국내에서 허가 받은 국산 자가검사키트 9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성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9개 모두 ‘특이도’는 100%, ‘민감도’는 90~94.9%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시약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정확도를 판별하는데, 민감도는 임상 시험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진단키트에서 양성이라고 잡아낸 비율, 특이도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환자를 진단키트가 음성이라고 판별해 낸 비율이다.

감도가 94.9%라는 것은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음성이라고 잘못 잡아낸 위음성(가짜 음성)률이 5.1%였다는 뜻이고, 특이도가 100%라는 것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양성이라고 잘못 진단할 위양성(가짜 양성)률이 제로(0)였다는 뜻이다.

국내 허가된 자가검사키트가 식약처에 제출한 성능보고서에서 확인된 민감도와 특이도 현황. 그래프에 표시된 날짜는 키트가 허가를 받은 날짜다. /출처: 식약처 의료기기정보 포털

그런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국내 76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최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은 사람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이 94.7%라고 밝혔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양성이라고 잘못 판정할 위양성률이 5.3%라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용 일반신속항원 검사는 위양성률이 25% 정도이고, 전문가용 검사는 위양성률이 10% 내외로 보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올 확률이 9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는 병·의원에서 하는 전문가용과 약국·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개인용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 방식 자체는 같고, 검체 채취 부위나 면봉 길이가 다르다. 국내 사용되는 코로나19 검사키트 제조업체들이 식약처에는 개인 신속항원검사의 위양성률이 ‘0%’라고 서류를 냈는데, 병원 현장에서 쓰이는 전문가 신속항원검사 키트 마저도 위양성률이 5.3%에 이른다는 것이다.

진단의학 전문가들 사이에는 국내 승인된 제품의 실제 성능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가 오미크론 유입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속항원검사 시약을 급하게 승인하다 보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단 것이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대응 TF 간사인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확진자가 급증으로) 신속항원검사키트가 굉장히 많이 승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실제 키트 제품의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 말처럼 국내 사용 중인 9개 자가검사키트 가운데 6개가 지난 2월 4일부터 17일까지 2주 동안 허가를 받았다. 앞서 허가를 받은 3개 제품은 작년 4월 두 개, 7월에 1개가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위한 항원검사 시약은 총 25개인데, 이 중에 제조업체 명이 아니라 ‘OO공장’으로 서류를 제출해 승인이 이뤄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식약처에서 신속항원검사 키트 제조업체가 제출한 행정 서류만 보고, 당국의 허가 기준을 넘는다고 보면 무차별로 허가를 내줬다”며 “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사후 검증 체계도 없고 제품 수거해서 평가하는 부서도 없고 시스템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에서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근거로 현장에서 키트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서는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해서 검사를 하지만, 현장에서는 감염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위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감염자가 많아질수록 양성 예측도가 높아진다”며 “국민 100명 중 3명이 감염된 상황에서 민감도 90%‧특이도 99%인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면, 양성예측도는 73.6%이지만, 국민 100명 중 10명이 감염된 상황이라면 양성예측도는 90.9%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월 한 달 동안 자가검사키트 6개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확진자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가검시키트를 신속심사 품목으로 지정해 빠르게 심사를 한 것”이라며 “허가 검토 과정을 소홀히 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제조업체 명이 공장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선 “해당 업체가 승인 받은 업체 명이 제조소 명칭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