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보다 감염력이 30% 강한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유행 정점이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이달 중순보다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오미크론 유행의 파고가 높고 길어질 것에 대비해 정부가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외에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 등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스텔스 오미크론 무서운 확산세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점유율은 매주 2배씩 늘고 있다. 지난 2월 첫째주 국내 확진자 중 감염비율은 1%였으나 한 달만에 22.9%로 급증했다. 해외에서 유입된 국내 확진자 감염비율 또한 지난주 18.4%에서 이번주 47.3%로 늘었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같은 계열이지만 전염력이 더 강하다. 스텔스 오미크론을 타고 최근 국내 확진자 숫자는 급증세다. 하루 확진자 숫자는 6일 연속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확산세라면 3월 내에 확진자 2명 중 1명은 스텔스 오미크론 감염자가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20% 정도 낮아지는 반면 스텔스 오미크론 확진자는 매주 '더블링' 되는 추세"라며 "스텔스 오미크론의 검출률이 이달 말 70~80%까지 오르면서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텔스 오미크론의 전세계 점유율은 이미 58.1%를 기록 중이다.
김 교수는 스텔스 오미크론을 타고 국내 코로나 대유행의 파고가 더 크고 더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행 정점과 하강국면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통 유행이 정점을 찍고 (안정화가 될 때까지) 1달 보름 정도 걸릴 것으로 보는데 (그보다 길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 美 英 日 몰누피라비르 사용 승인
오미크론 확산세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의료계에서는 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국내 긴급사용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MSD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팍스로비드만 승인한 후 몰누피라비르는 3개월째 검토만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업계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로, 안전성과 과학적 유효성 검토해야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해 11월 첫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지만, 후발주자인 팍스로비드와 비교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MSD가 지난해 10월 임상시험 중간결과에서 "(몰누피라비르가)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을 50% 낮춰준다"고 발표했으나, 11월 말 최종 결과에서 "입원과 사망 등 중증화 위험을 30% 감소시켰다"고 정정하면서 신뢰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팍스로비드의 대체제로 몰누피라비르를 일단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해외에서 몰누피라비르를 사용하는 나라들도 많다"며 "(효과가 입증된) 팍스로비드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맞지만, (팍스로비드의) 대체제 성격으로 몰누피라비르에 대해서도 사용 승인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는 무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자는 취지다. 확진자가 급증한 일본은 최근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영국과 미국도 만 18살 이상 환자에게만 투약하는 조건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MSD 관계자는 "몰누피라비르는 이미 전세계 20개국 이상에 공급되고 있고 '대체 경구 치료제'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 방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먹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을 후기 임상 시험 중이던 인도 제약사 헤테로가 1218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몰누피라비르를 투여한 결과, 65% 이상 입원율이 떨어졌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들은 5일 만에 '음성'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