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치료 병동 상황실의 모니터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이후 증상을 심하게 앓을수록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재감염을 막는 '중화항체'가 오래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박완범·최평균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초기 감염 환자의 델타 변이 중화반응 연구' 논문을 지난 28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 2020년 2~6월 서울대병원 격리 병동에 입원한 초기 코로나19 환자 16명을 12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들 중 8명은 코로나19가 폐렴으로 번져 산소요법 치료 등이 필요한 중환자였고, 4명은 경증, 4명은 무증상 환자였다. 16명 모두 연구 기간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초점 감소 중화 시험(focus reduction neutralization test·FRNT)을 통해 중화항체가(예방 효과가 있는 항체량)를 측정했다. FRNT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을 염색한 뒤, 시간 흐름에 따라 이들이 뭉쳐있는 영역(focus)의 크기가 얼마만큼 줄어드는지 보는 시험이다. 환자 몸속에 중화항체가 있다면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서 염색된 세포들이 줄어드는데 이를 기준으로 중화항체가를 계산한 것이다.

연구 결과 폐렴을 심하게 앓은 중환자 8명 모두에게서 감염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측정됐다. 감염 5개월 후까지는 5명이, 12개월 후까지는 3명의 몸속에 중화항체가 계속 남아있었다.

반면 무증상 확진자 4명은 감염 직후에도 중화항체가 없었다. 경증 환자 4명 중에서는 3명이 감염 2개월째까지 중화항체를 갖고 있었지만, 12개월 후에는 중화항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지속 기간은 증상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며, 중증 환자일수록 중화항체 반응이 오래 지속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연구팀은 "무증상 확진자라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했더라도 백신 접종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코로나19 증상을 심하게 앓은 사람의 재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중증 환자라 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가 감염 12개월 후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평균 교수는 "중증으로 앓았던 사람일수록 중화항체가 더 오래 지속될 수는 있으나 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중화 능력이) 낮아진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던 사람들도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