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9시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계를 마감하는 자정까지는 3시간 남은 상태다. 이 추세라면 18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는 11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이달 중순 확진자 예측치(4만6000~5만6800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자, 지난주 같은 기간 5만 4122명의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날 재택치료 환자도 31만 4565명을 기록했다. 재택치료 환자가 30만 명을 넘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다. 60세 이상 고령층 감염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중증환자도 증가세다. 한동안 200명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 수는 389명으로 하루 만에 76명이 늘었다.
◇ 다음달 중순 하루 확진자 27만 명 예측
수리모델링으로 확진자 숫자를 예측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다음주부터 하루 확진자가 14만 명, 내달 초 24만 명, 내달 중순 27만명이라는 예측치를 이날 내놨다. 최근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이미 오미크론의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세인데, 한국만 계속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역당국이 유행의 정점까지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의 완급을 조절해 왔다. 유행곡선이 완만하면, 중환자 발생도 서서히 늘어나기 때문에 좀 더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올라가는 속도가 느리면 반대로 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점이다. 심은하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완만했기 때문에 정점에서 찍고 내려오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유행의 정점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애매하다"며 "(하루 확진자가 26만 명 정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서서히 감소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강제할 수 없다면 국민 스스로 조심해야"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방역 당국의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확산세를 예측할 때는 바이러스 역학과 함께 인구의 행동패턴과 이동량을 함께 고려한다. 통상 확진자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스스로 방역의 긴장감을 갖게 되고 확진자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구조다.
그런데 '점진적인 증가세'로 인해 충격 요법이 먹히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을 이유로 방역 완화의 메시지를 낸 것도 사람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코로나 대유행이 2년째 국민적 피로도가 쌓이면서 도리어 이동량은 증가세다.
질병청 발표에 따르면 확진자가 5만명씩 나오던 지난주, 한국의 소매 및 여가시설 이동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중환자가 차츰 차츰 늘어나다 보면 (국민들이 방역의 긴장감을 갖는) 이른바 '충격요법'이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그러는 사이에 하루 사망자가 몇 백명씩 나오면 결국 전면봉쇄(락다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파미르고원처럼 정점에서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미르 고원은 중앙아시아 남쪽 해발고도 5000m가 넘는 고산지대를 뜻한다.
◇ 이대로 라면 하루에 100명씩 사망자 나올 수도
정부가 확진자 집계 통계에 쓰이는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상을 60세 이상, 밀접접촉자로 제한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하루 확진자가 3000~5000명일 때도 PCR 검사 건수는 50만 건대였는데,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이 나오는 최근 2주 동안 PCR검사 평균 건수도 50만 건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첫째주 2.6%였던 확진(양성)율은 이번 주(2.11.~2.17) 13.2%까지 치솟았다. 보통 이렇게 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면 놓치는 감염자도 많을 것으로 본다. 숨은 확진자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려 실제 확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위중증 환자는 신규 확진자와 2~3주차, 사망자는 위증증 환자와 1주차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확진자 연령 구성비를 반영한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은 0.42%, 치명률은 0.21%다. 하루 확진자 10만~20만 명이 일주일 동안 계속 발생하면 2800명~5600명의 위중증 환자가 생긴다.
이는 정부는 발표한 중환자 병상 2600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엔 병상 숫자가 환자 증가폭보다 더 빠르게 소진된다. 중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뜻대로 병상 회전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면 1400~2800명의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
심은하 교수는 "학생들이 대면수업을 시작하는 3월 초가 분기점이 될 것 같다"며 "가족 내 감염으로 확산되는 추세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연령대의 행동 패턴 바뀌게 되면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