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약사가 개발한 코비실드 백신을 인도 의료 당국 관계자가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첫선을 보였다. 그로부터 2년 뉴욕타임스 백신트래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총 9개의 백신이 사용승인됐고, 19개 백신이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감염병 예방 백신은 수년간의 연구와 임상을 거쳐서 시장에 나왔지만,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을 맞닥뜨린 각국 정부는 빠르게 백신을 승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국산 코로나19 백신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존슨(J&J)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중국의 시노백과 시노팜 백신 외에도 지난해 이란, 호주 대만, 인도, 쿠바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 백신 트래커.

◇ 바이오 강국 인도 세계 첫 DNA 백신 승인

자이코브디(ZyCoV-D)는 인도의 바이오기업인 자이더스 캐딜라(Zydus Cadila)가 개발한 세계 최초 플라스미드DNA(pDNA) 방식의 백신이다. 주사침으로 백신을 인체에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을 고속분사하는 방식으로 피부 진피층에 pDNA을 전달하는 방식의 백신이다.

자이더스 캐딜라는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파마젯이 개발한 ‘트로피스’라는 주사기를 활용했는데, 바늘에 찔린 상처, 주사 바늘에 찔리는 통증 등이 적어서 12세 미만 어린이 접종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이코브디 백신은 현재 인도에서 12세 이상까지 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다.

자이더스 캐딜라는 지난 2020년 7월 백신 개발에 들어갔고, 2021년 1월 3만명 규모의 임상 3상을 시작해 같은 해 7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가 66.6%이고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한달 여 후인 8월 20일 인도 정부로부터 18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긴급 승인을 받았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엔지캠생명과학이 이 백신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고 한미약품과 손잡고 연내 생산에 들어간다.

인도에서는 또 ‘특허권 없는 착한 백신’으로 알려진 코르베백스 백신이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대량 생산 중이다. 코르베백스는 미국 텍사스아동병원과 베이어의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노바백스 백신과 같은 방식이다. 코로나 원형 바이러스에 대해선 90% 감염예방효과를 보였고, 델타에 대해선 80%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 대만 총통이 맞은 가오돤 백신

대만도 두 개의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 제약사인 가오돤(高端·MVC)이 개발한 백신은 지난해 6월 승인을 받고 7월 투약을 시작했으며, 또 다른 대만 제약사인 메디겐이 개발한 백신은 7월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8월 23일 투약을 시작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대 의학원에서 대만 제약사 가오돤백신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대만 중앙통신사 연합뉴스

가오돤 백신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긴급승인에 서명하고, 직접 팔을 걷고 접종해 유명세를 탔다. 두 백신 모두 2020년 임상 1상을 시작했고, 임상 3상이 끝나기 전에 중간 결과를 토대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부스터샷으로까지 이용 중이며, 지난해 10월까지 1000만회분을 생산했다. 미국 노바백스와 같은 ‘합성 항원 방식의 백신’으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승인도 받았다.

◇ 호주 제약사가 개발했는데, 이란에서 접종

호주 제약사인 박신(Vaxine)이 개발한 백신(Spikogen)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바이러스 단백질과 면역 체계를 자극하는 보조제를 결합한 백신으로 2020년 6월 임상 1상을 시작해, 지난해 6월부터 이란에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호주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피코겐. /회사 홈페이지 캡처

이란 정부는 이란 제약사인 시나젠(CinnaGen)이 생산하는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하고, 이번달 부스터샷도 승인했다. 박신은 자국인 호주에서 스파이코겐을 허가받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조만간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보건 당국은 국가 백신 연구소(라지백신세럼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Cov-Pars Razi)도 지난해 11월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 백신을 중국 시노팜과 비교하는 추가 시험을 시작했다. 이 백신은 2회 접종, 1회 비강 스프레이 등 3번으로 구성됐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도 지난해 4월부터 자체 개발 백신(카즈백,QazVac) 접종에 들어갔다. 2020년 8월 28일 생물학 안전 연구소에서 임상 1상을 등록했으며, 지난해 3월 3상에 들어갔으나, 3상 결과 없이 4월부터 투여에 들어갔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7월 인접국인 키르기스탄에 백신 2만5000도스를 전달했다고 한다.

◇ 자체 백신으로 2세 미만 영유아 임상 들어간 쿠바

쿠바는 두 개의 자체 백신 개발에 성공해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핀레이(Finlay) 백신 연구소가 개발한 소베라나2다. 2020년 10월에 임상 1상을 시작해 그해 12월에 2상에 돌입해 지난해 3월 4만 4000명에 대한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4월 투약을 시작했다.

쿠바 정부는 임상 3상 중간 결과 71%의 예방 효과를 확인하고, 그 해 5월 긴급 사용 승인을 하고 6월부터 접종에 들어갔다. 핀레이 연구소는 소베라나플러스라는 부스터샷도 개발했으며, 2세 이상 소아 청소년에 대한 접종도 허가했다. 핀레이 연구소는 최근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쿠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인 소베라나2를 쿠바 간호사가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바 유전 생명 공학 센터에서 개발한 백신(압달라)도 지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쿠바는 베트남에 압달라 백신 1000만도즈를 수출했고, 압달라의 감염 예방효과는 92.28%로 알려졌다. 쿠바 정부는 지난 26일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압달라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며, 압달라와 소베라나1을 교차 접종하면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中, 국내 사용승인 받은 백신만 4개

중국에서는 지난해 6월 네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승인을 받았다. 중국 제약사 캔시노 바이오로직스가 중국군사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백신(Ad5-nCoV)으로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캔시노의 코로나 원(原) 예방 효과는 68.83%, 중증 예방 효과는 95.47%로 보고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능은 떨어진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시노팜(중국의약그룹)과 시노백(커싱생물)의 백신이 지난해 연초에 허가를 받았다. 이 밖에 중국과학아카데미와 안후이지페이생물이 공동 개발한 지페이 롱콤 백신(ZF2001)은 지난해 3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ZF2001′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용한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중국은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중국 제약사인 쑤저우 아보젠은 중국 군사 의학 연구소와 월백스바이오테크놀로지과 함께 2020년 6월 mRNA방식의 백신(ARCoV)개발에 들어갔다.

쑤저우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랜싯에 이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세부결과를 발표했고, 그 결과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예방효과는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백신은 어떻게 사용 승인을 받게 되나

백신은 전임상을 거쳐, 임상 1, 2, 3상을 거치게 된다. 전임상은 과학자들이 세포에 대한 새로운 백신을 테스트한 다음 마우스나 원숭이와 같은 동물에게 투여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1상은 의사들이 안전성과 용량을 테스트하고 면역 체계를 자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18세 이상 소수의 성인에게 백신을 투여하게 된다. 2상에서는 어린이나 노인 등으로 그룹을 나눠 수백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하게 된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1상과 2상을 통합하는 1/2상을 하기도 하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백신이 이런 방식으로 3상 승인을 받았다. 마지막 3단계에서 수천명을 대상으로 투약군과 위약군을 나눠서 투약해 예방 효과를 검증하게 된다. 3상은 부작용을 가려내는 데도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화이자와 모더나를 비롯한 코로나19 백신들은 글로벌 임상 3상을 모두 마치기 전에 각국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