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시내 식당에 부착된 영업시간, 방역패스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거리두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사적모임 인원제한(4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제한(오후 9시) 등 주요 방침이 앞으로 2주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두기를 유지해도 내년 1월 말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변수였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 중환자·사망자도 덩달아 쏟아질 수 있는 만큼 먹는(경구용) 치료제를 가능한 한 많이 사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100만4000회분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재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 고강도 거리두기 내년 1월까지 2주 연장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6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영화관·공연장 상영·공연 시작 시각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줄이고,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됐던 백화점·마트 등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도 계도기간을 거쳐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숫자가 줄어드는 등 안정세를 보이는데도 정부가 강력한 거리두기를 연장하기로 한 것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도 오는 상황에서 현재 기조를 바꿀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모의실험 자료에 따르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인원제한 4인, 영업제한 오후 9시 등)를 당분간 유지하더라도 신규 확진자 수는 1월 중순 1만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KIST는 역학조사 결과, 카드매출, 이동통신 정보 등을 통해 구축한 자료를 기반으로 개개인 이동, 모임, 행태 등을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사회 전체 감염 현상을 산출했다. KIST는 이번 모의실험에서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영향력도 함께 계산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델타의 평균 4배로 설정했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위드 코로나 재개, 치료제 100만회분으로는 역부족”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전날(625명)보다 269명 늘어나 894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지역전파로 감염됐으나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국내 산발감염’ 사례는 지난 29일 오후 4시 기준 19건이다. 방역 당국도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병 특성상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 사례는 앞으로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상황을 대비해 정부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방역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중환자 수를 줄이려면 결국 전체 확진자 수를 줄여야 하는데 오미크론 변이 전파력 때문에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라며 “결국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중환자를 줄여야 하는데 현시점에서 이를 위한 최고의 무기는 먹는 치료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올라오는 시점에 정부가 먹는 치료제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라며 “먹는 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 다음 어떤 환자에게 투여할지 우선순위를 세부적으로 정해 놓는 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겨울이 지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느려지는 시점에 먹는 치료제 물량이 충분하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충분히 안정될 수 있다”라며 “다만 현재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라는 100만회분으로는 역부족이고, 위드 코로나를 재개하려면 국가비축물자 개념으로 훨씬 많은 물량을 들여놔야 한다”라고 말했다.